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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joge Nov 28. 2017

사랑에 대한 탐구 1

호기심, 친밀감, 유대감의 회전목마

1.호기심

  세상을 이루고있는 수많은 것들에 하나하나 마음을 쏟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떤 것들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것들은 스쳐지나가고, 어떤 것들에는 잠깐 관심을 가지고, 어떤 것들에는 온통 마음을 쏟는다. 만약 시간이 흐르지 않고 멈춰있다면 우리는 세상 만물에 관심을 가질까?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공평하게 마음을 나눠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스스로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많은 것들 가운데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된다.     


2. 친밀감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교류와 교감이 있어야 한다. 알고싶다는 일방적인 마음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대와 물리적인 시간이나 공간을 공유하지 않은 채 혼자서 하는 일방적인 조사는 오해나 집착을 낳을 뿐이다. 가령, 독서도 쌍방의 행위다.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다. 활자에 박제된 저자의 생각과 대화하는 일은 경우에 따라 매우 어렵다. 그래도 천천히 다시 읽고, 곱씹어보고, 배경지식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저자의 생각에 다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의 생각을 알 것 같은 때가 오고 통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대화의 시간, 교감의 순간이 겹겹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상대와 나 사이에 친밀감이 생겨난다.

 

3.유대감

  상대와 친밀감을 쌓으면 둘 사이는 특별해진다. 둘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둘 사이에 약하거나 강한 유대의 끈이 생긴다. 상대가 기뻐하면 그 기쁨은 유대의 끈을 타고 내게 와서 내 마음에도 환희를 채운다. 상대가 아파하면 그 아픔은 유대의 끈을 타고 내게 와서 내 마음에도 통증을 준다. 유대의 끈이 강할수록 상대의 기쁨과 아픔이 빠르고 강렬하게 전달되고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이렇게 유대의 끈으로 두 마음이 이어진 사이는 서로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네가 더 기뻤으면, 덜 아팠으면 응원하게 된다. 그 기쁨과 아픔이 더이상 너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 호기심, 친밀감, 유대감의 꼬리물기

  호기심, 친밀감, 유대감이 일직선상에 있는 단계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셋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을때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호기심이 떨어지면 교류나 교감의 기회가 줄어들고 대화가 사라진다. 하루에도 수천번 수만번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인데, 대화가 사라지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상대를 모른다고 알면 차라리 다행인데, 이미 서로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둘 사이에 친밀함은 바닥나고 그 자리를 오해가 차지하게 된다. 오해는 빠른 속도로 유대의 끈을 갉아 먹는다. 유대의 끈이 떨어지면 더이상 네 기쁨은 내 기쁨이 아니고 네 슬픔도 내 슬픔이 아니다. 그냥 남의 일이 된다.


5. 사랑

  그래서 어쩌면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이란게 가능하다면, '매 순간 변하는 마음'에 대한 호기심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 그 순간 네 마음은 무슨 모양이었을까,  네가 보낸 시간 속에서 네 생각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런 게 계속 궁금하다면 둘 사이에 대화가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끊임없는 알고 싶음, 호기심의 연료는 무엇일까. 강한 유대감이 이미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어내는걸까? 왠지 아닌 것 같다.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호기심, 친밀감, 유대감 사이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 뭔가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것 아닐까.


6. 사랑의 시작과 끝

  그럼 그 사랑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생겨나고 언제 어디서 사라지는 걸까.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사랑은 소리없이 다니는 건 맞는 것 같다. 호기심, 친밀감, 유대감의 회전목마가 몇 바퀴쯤 돌면 조용히 우리 등 뒤에 올라탔다가, 어느 순간 또 몰래 조용히 빠져나가서 빙글 빙글 돌던 회전목마를 서서히 멈추게 하는 것이다. 언제 올라타는지는 대충 알 것 같은데 언제 조용히 빠져나가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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