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믿음

믿었으니까, 아팠다

by 복또비

믿음은 언제나 조용히 자라난다.


처음엔 아주 작고 순했지만,
마음이 한 번 열리면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나는 네게 그런 마음을 주었다.
의심하지 않았고, 계산하지 않았고,
그저 네가 나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믿음은 그런 거였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마음을 내어주는 일.


그런데 이상하지.
믿음은 언제나 깨지는 쪽의 몫이었다.


네가 등을 돌린 건 단 한 번이었는데,
나는 수없이 무너졌다.


무너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조용히 부서져 내렸다.


사람들은 배신이 가장 아프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아픔은,
끝까지 믿었던 내 마음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날 이후 나는 믿는 법을 잃었다.
누군가를 의심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알았다.
믿음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다짐이라는 걸.


다시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그때의 나를 용서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믿었으니까 아팠고,
아팠으니까 지금의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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