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AnnE에게

들판


자연이 주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어. 때로는 큰 상처와 아픔을 우리에게 안기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너그러이 덮어줄 만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한한 활력과 감동을 선사하지.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귀한 자연을 우리는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해.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 주인공 남녀가 피렌체 교외로 여행을 떠나, 빨간 양귀비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의 황금빛 보리밭을 가로질러 들판 한가운데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어. 그 장면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서 황홀하기까지 했지. 들판이 지닌 생명의 기운과 사랑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어.

들판은 단순한 땅이 아니야. 그것은 생명과 사랑이 자라는 신비로운 공간이지. 나는 풀숲에 누워 나무 그늘 아래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너무 좋아.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 새하얀 뭉게구름, 살며시 스쳐가는 부드러운 바람. 그 모든 건 나를 무척 평온하게 만들어줘. 친구와 들판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감사하게 만들어주지. 그런 감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참 소중하고 힘이 되는 일이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 안단테를 들으면, 식스틴과 앨비라의 슬픈 마지막 장면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져. 사랑스럽고 따뜻했던 앨비라의 모습이 나비와 어우러져 평화로운 들판을 가로지르다가 총성과 함께 사라져 가는 장면은, 너무도 슬프면서도 아름다워서 쉽게 잊을 수 없어. 들판은 소박한 아름다움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그저 소소한 행복을 담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



*이 들판이 너의 삶에도 슬픔이 아닌, 마음 저편의 평온함과 따뜻한 기억으로 채워지기를. 너의 오늘이 편안하고 따스하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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