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의 책 이야기

카미유 부르동클'영원히 머물 것처럼 곧 떠날 것처럼'(생활성서사)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나는 2014년 12월 25일,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신자로 세례를 받았다. 교리 교육을 받는 동안의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하느님의 자녀로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은 넘치는 은총으로 다가왔다. 교리 교육이 끝난 후 전신자 성지순례에 참여했고, 함께 교리를 배우며 가까워진 다리아와도 그 길을 동행했다. 성지에서의 모든 순간은 기쁨이었고 축복이었다. 그러나 순례를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감사가 벅차올라서였는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신앙인의 길에서 겪을 고통을 예감해서였는지 지금도 분명히 알 수 없다.

신앙생활은 순수한 기쁨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공동체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신자들의 모습들을 마주할 때면 혼란스러웠다. 때로는 교회 공동체가 사회 보다 더 폐쇄적이고, 배려 없으며,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수도자들조차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순간들을 보며 믿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하느님을 믿고 의지한다. 나의 세례는 나의 의지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부르시고 이끄신 은총임을 더욱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회 밖에 있지만, 신앙 안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 와도 같다. 교회 안에서의 믿음과 교회 밖에서의 믿음이 다를까? 나는 여전히 방황하는 미숙한 청소년처럼 신앙의 길 위에 서 있다.

그 방황 속에서 나는 브뤼기에르 주교를 만나게 되었다. 비록 책을 통해서이지만, 그의 삶은 나에게 신앙의 힘이 무엇인지를 묻는 계기가 되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크고 간절했기에, 박해와 순교를 예견하면서도 머나먼 조선 땅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까? 가족과 명예를 내려놓고 오직 복음을 위해 험난한 길을 선택한 그의 용기와 사랑은 나로 하여금 경탄과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혹시 하느님은 나 같은 미약한 이를 일깨우기 위해, 그의 삶을 알게 해 주신 것은 아닐까?

브뤼기에르 주교를 통해 조선 교회의 시작과 우리나라 천주교 유입의 역사도 깊이 알게 되었다. 그분의 희생은 나 스스로가 신앙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비록 열정적인 신자는 아니었고, 지금은 교회 밖에서 신앙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나에게 주어진 사명과 부르심을 묵상한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프랑스 나르본의 작은 마을 레삭도드에서 태어났다. 성당 근처에서 자라며 신심이 깊은 지역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일찍부터 강한 신앙심을 길러갔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교를 선택했으며, 사랑하는 가족마저 뒤로한 채 구원을 위한 여정에 삶을 내맡겼다. 그분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신자로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누구를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깨닫는다.

오늘의 세상은 너무도 어지럽다. 전쟁, 기아, 환경 문제, 자연재해 등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종교 또한 본질을 잃고 변질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본다. 그러나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을 떠올리면, 비록 그의 희생을 온전히 따를 수는 없을지라도 나 역시 신자로서 본분을 지키며 살고자 다짐하게 된다. 교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신자가 아닌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참된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느낀다.



"저의 희망은 오직 당신께 있습니다." (시편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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