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평선
골드러시 시대는 영원하지 않았고 길지도 않았다.
실제로 금 캐던 가장 전성기는 1733년에서 1748년이었고 그 이후로는 빠르게 쇠퇴하였다. 더 이상 금은 식민지 브라질 경제에 중요한 비중이 되질 못 했다.
그에 따라 오루프레투의 열기도 아주 빨리 식었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이곳의 인구는 불과 7000명 정도밖에 되질 못 했다.
금이 없어진 이 도시는 그저 검은 도시, 죽은 도시처럼 생기를 잃었다. 과거의 영광은 신기루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1930년대 브라질 정부가 과거 도시를 복원하기로 하고 오랜 시간 동안 복원과 보존 사업을 벌여왔다.
덕분에 브라질에서는 처음으로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브라질에서는 처음으로 등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관광의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주도 벨로 오리종찌는 당시의 계획도시였다.
19세기 말, 미나스 제라이스에서는 낡은 콜로니엄의 상징인 오루프레투가 아닌 새로운 상징이 필요했다. 당시 시대는 왕이 다스리는 시대에서 브라질 공화국의 시대로 새롭게 변했다. 새로운 시대는 모든 것이 전과는 달랐다. 새로운 브라질 공화국은 당시의 실증주의 철학을 받아들였고 그에 따른 건국이념으로 질서와 진보를 천명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새로운 도시를 계획 건설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벨로 오리종찌였다.
과거 골드러시 시대의 주도였던 오루프레투는 정말 언덕이 많은 지역이었다. 거기에다가 여러 산세에 싸여있어서 접근하기도 불편하였다. 금의 열기가 거의 식은 무렵, 오루프레투를 계속 주도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1897년 미나스 제라이스의 주도는 오루프레투에서 지금의 벨로 오리종찌로 옮기게 되었다.
벨로 오리종찌는 ‘아름다운 지평선’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름다운 지평선이란 말이 끝없이 펼쳐진 평야나 사막 지평선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미나스 제라이스 지역은 광산과 높은 고원의 산들로 구불구불한 지평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미나스 제라이스 주와 벨로 오리종찌는 브라질 산업의 심장부이다. 광업, 농업, 목축업뿐 아니라 제조업도 브라질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공장의 수를 가지고 있는 곳도 이곳이다.
브라질의 남중서에 위치한 미나스 제라이스 주는 지하자원이 풍부해서 광업이 발달하여 있다. 과거의 금을 비롯하여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망간, 니켈, 크롬, 철 등 각종 광물이 채굴된다. 특히 철은 세계 최대의 산지로 전 세계 생산량에 25%가량이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땅 아래의 지하자원이 엄청나고 땅 위에 농업, 목축업은 브라질 산업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커피, 쌀, 옥수수, 콩 등의 농업과 소, 돼지 등의 목축업이 아주 많이 발달하여 있다.
특히 이곳은 치즈가 아주 유명하다. 미나스 산 치즈는 브라질의 치즈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다.
브라질에서 해변에 가면 사람들이 치즈를 구워서 파는 것이 명물인데 그 구워 먹은 치즈도 이곳에서 나온다.
브라질 영양 간식 중 하나인 치즈 빵도 미나스 산이다. 또 크림치즈의 일종인 까툼피리도 미나스에서 생산된다.
미나스 제라이스는 브라질에서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특히나 페이정 뜨로페우라는 콩 요리는 아주 유명하다.
이곳에서 새로운 타이틀을 하나 얻었는데 – 브라질 사람들은 언급도 하기 싫어하는 트라우마겠지만- 바로 ‘미네이랑의 비극’이다.
미나스 제라이스 사람을 미네이루라고 부른다. 미네이루들의 자부심은 그들의 새로운 월드컵 경기장 이름을 ‘큰 미네이루’란 의미의 미네이랑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브라질과 독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4강전이 열렸다.
그 당시 한국 시각으로 새벽에 경기가 있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브라질이 7대 1이란 말도 안 되는 점수로 말도 안 되게 져버린 일이다. 그건 정말 어떤 마술에 홀린 듯했다.
특히나 5분 남짓의 시간 동안 4골을 먹어버렸다. 말 그대로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1대 0 이 5대 0이 되어있었다.
그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하게 축구 점수만이 아니라 브라질의 처한 국가적인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답게 나라의 에너지를 축구로 표현해준다.
20세기가 시작하고 룰라 정권이 들어서자, 미라클 한 브라질이라며 고도의 성장을 계속해왔던 브라질. 이런 성장은 BRICs란 이름으로 당시의 신흥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런 성장과 분위기는 월드컵과 올림픽을 연이어 개최하게 되었다.
브라질은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얼마 안 가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룰라가 퇴임하고 그의 후임으로 지우마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안 가서 브라질 경제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던 경제는 원자재 수출이 주춤하자 경제는 점점 둔화하게 되었다.
그들의 자신감은 점점 실망감으로 변하게 되고 경제는 점점 더 떨어지게 되었다. 경제의 하락은 브라질 국민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브라질의 국민의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불만은 커져만 갔다. 브라질은 과거부터 경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였다.
2013년도 작은 사건 하나가 브라질 시민들에게 뇌관을 건드렸다. 그 사건은 바로 버스요금 인상이었다.
당시 3 헤알 하던 버스요금이 3 헤알 20 센터부로 인상이 되었는데 당시 환율로 약 100원이 약간 못 되게 인상이 되었다. - 사실 브라질 버스요금은 우리가 체감하기에 아주 비싸다.- 이 100원의 돈은 부글부글 끓고 있던 브라질 민중을 폭발시켰다. 사람들은 반대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곧바로 전국적인 단위로 커졌다.
이 버스요금 인상 반대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바뀌어서 모든 브라질의 모든 도시 모든 거리에서 대규모적이고 전 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런 사회의 불만은 바로 월드컵의 반대로 이어졌다.
피파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 천문학적 예산이 투여되는 브라질 월드컵을 시민들이 반대한 것이다.
몇천억, 심지어 조 단위까지 발생하는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세금이 쓰인다는 사실에 축구를, 월드컵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브라질 국민이 반대 시위를 연일 계속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월드컵 재정 대신에 교육이나 국립병원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는 거리에서 인터넷상에서 문화에서 많은 예술과 음악에서 뜨겁게 계속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14 월드컵 준비에 대한 많은 뜬소문과 설전들이 오고 갔다. 심지어 피파에서 월드컵을 취소한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대회 준비가 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기도 했다. 어떤 경기장은 완공이 되지 못한 채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브라질로서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바로 우승이었다. 대진표상 시나리오라면 브라질은 아르헨티나를 결승전에 만나서 그들의 전대미문의 월드컵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바로 축구의 성지, 그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경이로운 브라질을 전 세계에 보여주길 바랐다.
최소한 축구만은 언제나 그들의 가장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다. 브라질은 벨로 오리종찌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정말 세계 축구사에 유례가 없는 경이로운 참패를 하고 만다.
사람들은 그것을 경기장의 애칭인 미네이랑을 따서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슬픔보다 더 큰 고통은 질투라고 했던가? 그들의 맞수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브라질은 3, 4위전에도 네덜란드에 3대 0으로 패하게 된다. 비니시우스의 노래 ‘행복’의 가사처럼 슬픔은 정말 끝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독일과 아르헨티나였다. 브라질의 국민이 과연 어느 팀을 향해 기도했는지는 뻔하다.
하나님은 브라질은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독일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다행인 것은 독일의 우승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패배였다.
만일에 미네이랑의 참극 이후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의 축구 심장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우승을 했더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혹은 월드컵 결승전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마라카낭 경기장 붙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치른다면?
브라질에서 브라질을 꺾고 아르헨티나의 우승이란 상상은 생각하기만 해도 ‘맙소사!’란 말이 절로 나온다.
확실한 것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지는 것보다 미네이랑의 비극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현실만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