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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철 Jan 13. 2019

<브라질 팔도유람>  
03.2 리오 데 자네이루

시다지 마라빌료샤

시다지 마라빌료샤


내가 처음 ‘코르코바두’란 보사노바의 명곡을 들었던 것은 바이아의 한 다락방이었다.

여행을 와서 만난 뮤지션 친구, 남자는 기타를 치고 여자는 노래를 부르고 트롬본을 불렀다. 여행의 매력은 새로운 장소, 새로운 광경의 모습을 만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과 친구를 만나는 것일 것이다.

왠지 모르지만, 이들과는 특별한 우정을 느꼈다. 그리고 이 낭만적인 친구는 자신들이 떠나기 전날 나를 초대해서 서로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둘은 보사노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나는 혼자 관객이 되었다. 나는 이들이 음악이 너무나 좋아서 간이 녹음기로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 녹음기는 서로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나눈 것도 고스란히 녹음되어있었다. 특히 한국에 홍수가 난 사진을 보았다고 하면서 홍수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사실 난 그때 왜 갑자기 홍수 난 이야기를 하나 했는데 그다음 노래를 듣고 알게 되었다.

나중에 녹음을 다시 듣게 되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들과 홍수에 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고 나서 부른 노래는 ‘3월의 물’이란 노래였다. 3월의 물은 장마철에 불어난 물과 그것의 풍경을 재미나게 부르는 노래이다. 우리의 반대편인 브라질은 3월이 장마철인 셈인데, 그런 상황을 몰랐던 나는 아주 장황하게 한국의 홍수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노래를 불렀고 그중에 한 노래가 너무 좋아서 제목을 물어보았다. 그들은 Corcovado라고 적어주었다.

그 뒤로 나는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이 음악을 사면서 보사노바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다.

마치 서울의 남산 위에 서울 타워가 있는 것처럼 코르코바두는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산 이름이고 그 위에 우리에게 유명한 예수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리우 데 자네이루가 가보면 그 산에 올라가서 예수상을 바라보고 또 리오의 도시로 보고 싶었다. 

그것은 브라질의 관광지에서 파는 관광엽서에 언제나 있는 이미지였다. 예수상 아래로 멋진 도시와 바다가 있는 풍경. 그리고 그 아래에는 꼭 이렇게 쓰여있었다.


Cidade Maravilhosa – Rio de Janeiro (시다지 마라빌료샤 – 리우 데 자네이루)


내가 처음으로 예수상에 오른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며칠 전이었다. 당시 리우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있었지만, 예수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는데, 브라질을 떠나기 전에 한 번은 올라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아주 많았다. 마음속으로 우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것은 열대의 기후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코스미 벨류란 동네에 가서 입장료를 사고 작은 기차를 타고 코르코바두산 정상까지 갔다. 가는 동안 삼바 연주하는 밴드가 잠시 기차에 올라타서 삼바를 연주하면서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그 흥을 돋우고는 연주자가 나에게 오는 것이 꺼려지고 귀찮게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 마음이 우울하고 걱정이 많아서 그런 듯하다.

기차에서 내려서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려면 여러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산 정상, 예수상에 도착했다. 

두 팔 버린 거대한 예수상과 아래의 도시의 풍경에 절로 경의의 감탄사가 나온다. 어두웠던 마음이 절로 환해지고 무표정한 얼굴 또한 환해진다.

왜 사람들이 리우를 '환상적인 도시'라고 부르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예수상은 이 도시를 감싸 안듯이 두 팔을 벌리고 있고 그 아래로는 도시의 전경과 바다. 그리고 빵 지 아수까(설탕산)가 보인다.

이 환상적인 모습 앞에서 모든 걱정과 우울은 바다를 향해 혹은 도시를 향해 부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왠지 예수상 아래의 이 도시를 그리고 우리의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충만해진다. 

예전에 산은 정상에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코르코바두산과 예수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사람들이 높은 곳을 오르는 이유는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마음은 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Rio de Janeiro. 

사실 이곳 사람들은 히우 지 자네이루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특유의 영어식 억양으로 부르는 '리오 데 자네이루'가 더 좋다. 우리나라 표준어 기준으로 보면 모든 브라질 말은 거의 원어로 하고 있지만 유독 이 히우 지 자네이루는 원래의 발음이 아닌 영어식 발음과 포르투갈어 발음의 짬뽕인 리우 데 자네이루를 따르고 있다.

축구선수 호나우두의 예로 알 수 있지만, R이 단어에 처음으로 오면 ㄹ발음이 아니라 ㅎ발음을 한다.

그래서 호날두가 아니라 호나우두가 되고 로사가 하니라 호사(장미)가 되는 것이다. 리우도 히우로 발음이 된다.

이곳의 별명이자 애칭은 시다지 마라빌료사,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환상적인 도시, 경이로운 도시라는 뜻이 된다. 

이곳은 산과 바다 등의 자연, 과거의 건축물, 축제와 삼바 음악, 보사노바 음악, 축구,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이곳 출신의 사람을 칭하는 까리오까등이 함께 뜨겁게 숨 쉬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의 있는 예수상, 바위산, 이빠네마의 해변의 석양, 마라카낭 경기장, 카니발 축제 등등은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장면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그렇게 리오는 브라질에 대표적인 관광엽서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유사한 다른 말은 없다.

리우 데 자네이루. 시다지 마라빌료사!


리오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예수상의 정식 이름은 '크리스토 헤덴토' 즉 구세주 예수이다. 이 예수상은 1926년 공사를 시작해서 1931년 브라질의 성녀 아빠레시다의 축일인 10월 12일 날 세워졌다.

이 예수상에서는 도시가 훤히 보인다. 그래서 이 예수상이 리오를 굽어살피는 듯하다.

이 예수상은 리오의 상징을 넘어서 브라질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가 브라질 하면 딱 떠올리는 이미지가 바로 이 예수상이니 말이다.


또 다른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엽서 혹은 랜드마크로 라빠의 무지개를 빼놓을 수가 없다. 라빠의 무지개는 무지개 모양의 성곽같이 긴 조형물인데 사실 이것은 성곽은 아니고 수로였다. 

과거 수로를 위해서 건설하였고 후에 다시 철로를 깔고 전차가 다니는 길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 전차의 이 라빠 위의 위치한 산타테레자로 향한다. 

언덕 위의 동네 산타 테레자는 예전부터 많은 예술가와 재미있는 이웃들이 모여 사는 리우의 몽마르트르 언덕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도시 중심의 언덕이라 멋진 경치도 자랑거리였다.

전차는 브라질 중심가에서 이곳 라빠의 무지개를 거쳐서 산타 테레자로 오는 명물이었다.

많은 관광객의 추억이 담긴 이 명물 전차는 너무 오래되고 노쇠화되어서 많은 사고가 있었고 운행이 꽤 오랫동안 중단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역사적인 명물의 운행이 계속되기를 원했고 운행은 최근에 다시 제거되었다. 이 오래된 전차 역 주변으로 산타 테레자 특유의 바와 기념품 가게, 아틀리에들이 모여 있다. 


산타 테레자에서 한낮을 보냈다면 그 아래로 내려와 어둠이 내린 라빠의 밤 문화를 즐겨보자. 라빠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밤 문화다. 

라파는 리오의 밤 문화의 중심지였고 현재도 그러하다.

밤이 되면 부나방처럼 브라질의 보헤미안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라빠의 밤거리>


그리고 밤새도록 삼바 음악과 예술, 문화가 밤을 밝혔다. 그렇게 이곳은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만일 당신이 브라질의 밤 문화를 보고 싶다면, 까리오까들이 어떻게 밤에 노는지를 보고 싶다면 첫 번째로 라빠를 가면 된다. 

당신도 부나방이 되어서 라빠의 불야성으로 가서 활활 태우면 된다.

당신이 알지 모르는 파란만장한 보헤미안들이 남긴 전설의 이야기와 에피소드 그리고 그 기가 느껴질지 모른다.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보았을 법한 이 해변은 모두 리오에 있다.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백사장, 파란 바다, 그리고 그 위로 해안도로를 끼고 줄지어 있는 건물 등은 열대 바다와 열대 도시의 멋진 조합의 광경을 자아낸다.

축구를 하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배구나 라켓볼 등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최소한의 몸만 가린 채 선탠을 하는 사람들, 물놀이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함께 노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냉 마테차, 구워 먹는 치즈, 칵테일 등을 파는 행상인들.

일요일이 되면 개방되는 해안도로에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 도로 곳곳이 있는 열대의 가판대에서 맥주나 음료를 마시며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 이곳을 가득 메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다양한 형형색색의 수영복만큼이나 다양한 피부색의


 활기 넘치는 남녀들이 이 해변을 그야말로 섹시하게 만든다.

코파카바나나 이파네마란 이름이 무언가 설레는 것은 이런 이국적인 섹시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것이 까리오까라고 불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사람들이, 해변이 없이는 못 사는 사람들의 문화를 만든다.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은 이웃처럼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이 해변들은 너무 크고 길어서 걸어가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레미와 코파카바나는 한 해변으로 되어있고 이파네마와 레블롱 역시 한 해변으로 되어있다. 한나절을 계속 걷는다면 이 해변을 모두 걸어볼 수 있다.


헤베이용이란 불리는 12월 31일이 되면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하얀색 옷을 입고 바다에 가서 한 해를 맞이한다. 우리가 보신각 타종 소리를 들으면서 새해를 시작한다면 이들은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면서 새해를 시작한다. 공식적으로 하는 불꽃놀이가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동네에서 폭음탄과 불꽃놀이용 쏘면서 시끄럽고 화려하게 가는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그중에 코파카바나 해변의 새해맞이는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마 전 세계적으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새해맞이가 아닌가 싶다.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두 하얀색의 옷을 입고 코파카바나 해변에 모인다. 하도 사람이 많이 모여서 이날은 지하철도 예매를 해야 한다.  0시가 되면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그리고 유명 밴드 공연은 밤새 이루어진다.

이런 하얀 옷을 입는 전통은 아프리카 문화에서 왔는데, 하얀 옷을 입고 바다의 신 이에만자에게 인사를 드리는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걸 프럼 이파네마, 이파네마의 아가씨’로 알려진 아름다운 해변 이파네마는 보사노바 음악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이 이파네마란 이름은 인디오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파네마는 아름다운 바다라는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투피 인디오어로 ‘냄새나는 호수’, ‘물고기가 없는 물’이란 의미가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는 물고기가 없고 물이 좋지 않아서 그런 의미로 불린 것 같다. 하기야 아주 예전에는 모든 것이 천연의 모습이었을 테니까 환상적인 해변은 더더욱 많았을 것이고 이파네마 정도의 바다는 냄새나는 호수 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해변이 특히 유명한 것은 바로 일몰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두 형제’ 바위산 옆으로 지는 일몰은 한낮의 이파네마 아가씨와 더불어서 이곳의 대표적인 풍경이 되었다. 이 일몰이 어찌나 멋진지 일몰이 끝나면 사람들이 박수를 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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