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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철 Jan 13. 2019

<브라질 팔도유람>   
03.4 리오 데 자네이루

코파카바나의 분주함이...

코파카바나의 분주함이 좋았다.

때론 이곳에 악명 높은 교통체증도 좋았다.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때는 그저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마두레이라의 어두컴컴한 육교를 지나 삼바 학교 뽀뗄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두려움 반 기쁨 반이었다.

벌써 멀리서부터 들리는 북소리는 나의 가슴을 뛰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북소리는 마치 기관총처럼 나의 마음을 난사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삼바의 포로가 되었다.

그땐 삼바 학교 뽀뗄라도 빌라 이사벨우도 천장이 있지도 않았다. 삼바 카니발은 화려해도 삼바 학교는 미천했다. 

나는 그런 미천함이 좋았다. 

세힝냐의 언덕에 있던 종고 다 세힝냐의 아주머니도 언제나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 동네 분위가 심상치 않으면 오지 말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그 동네를 갈 때면 두려움이 있었다. 

어느 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그 동네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길을 잃어버리고 아무도 없는 길에서, 왠지 모를 무서움에 괜히 길모퉁이의 바에 들어가서 비에 젖은 몸을 떨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맥주를 마셨다. 그러면서 어두워지는 것이 더욱 두려워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결국 난 폭우를 맞으며 미친 사람처럼 길을 헤메였다.


멋도 모르고 따라간 빵 지 아수카 등반은 정말 잘 만들어진 코미디였다.

아무도 이것이 암벽등반인지 모르는 친구들과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서 절벽에서 조난을 당했다.

바보 같은 친구들을 꼬신 친구는 암벽등반에 천재였다. 그는 쓰레빠를 싣고 그 절벽을 날아다녔다.

다들 두려움에 떨면서도 센척하느라 농담하기 바빴다. 결국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는데 아래에서 우리를 발견한 사람들의 돌아오는 대답은 ‘뛰어내려’였다.

우리는 결국 위대한 브라질 소방수에 의해서 구조되었다.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저곳에 다시 가면 다시 태어나리라고 다짐을 하였다.

그렇게 구조받아서 돌아온 도시에서 우린 맥주와 피자를 먹으면서 다시 희희낙락하였다.


삼보드로모를 지나서 이스타시오길을 걸을 때 비로소 이 도시에 대해서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삼바 행진을 보았을 때 저 대로에서 행진을 해봤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새 몇 번이고 이 삼보드로모에서 행진을 했고 어떤 섹터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삼바 학교에서 삼바 드럼 연주자가 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모호 다 프로비덴시아 아래의 산투 크리스토에서 살았던 때도 좋았다.

밤이 되면 영롱한 불빛처럼 반짝이는 모호의 불빛이 좋았다. 그것은 때로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한낮의 더위를 잊은 채 세상은 아주 조용해졌다. 

간혹가다 멀리서 유치한 발리 펑크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왠지 눈물이 날 그것만 같았다. 그런 눈물의 이유는 왠지 모를 사우다지, 그리움이었다.


삼바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삼바의 땀이 정말 좋았다.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 아침까지 이어지는 삼바 리허설을 불태우다 보면 일주일의 씻김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면 레미나 이빠네마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해수욕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삼바의 루틴이 만들어졌다.


산타 테레자에선 꼭대기에 살았는데 아침마다 뜨는 일출이 좋았다.

빵 지 아수카를 비롯해서 나를 비추어주는 해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의 태양에게 기도하기 위해 매일 일찍 일어났다.


리우에서는 언제나 난 혼자이구나 하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책도 하고 두려워도하고 질투도 했다.

그리고 구원도 받았다.


그렇게 나의 명제를 만들었다.

나는 자유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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