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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스타 KM Nov 20. 2021

아동 자폐 이야기 1 - 자폐스펙트럼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

유난히 하얀 피부의 그 녀석은 내가 담임을 맡은 첫 제자였다.

무엇이든 처음은 기억에 많이 남는 법! 이 아이 역시 만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기억에 나는 것은 이 아이와의 에피소드 때문이다.


두부보다 더 하얗고 팔다리가 유난히 길고 쌍꺼풀이 진한 동그란 눈을 가진 세웅(가명)이는 지체부자유와 자폐가 같이 나타나는 복합 장애 아이였다.

자폐적 행동특성이 강하게 나타나진 않았기에 가끔 지시 따르기가 가능했고, 착석이 가능했다. 단어 위주로 말하는 것이 여러 단어 있었으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간헐적으로 반응할 때가 있었다. 특히, 세웅이는 나를 보고 가끔 씩 웃을 때가 있었다. 어쩔 때는 같이 웃어줄 수 있는 미소를 뗬지만 어쩔 때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눈빛과 웃음으로 나를 바라볼 때도 있었다. 세웅이는 동일한 행동 반복과 순서가 정해진 활동들은 나름이 루틴이 생긴것처럼 거부 없이 잘했다.


세웅이는 퍼즐 맞추기를 좋아했다. 그럴 때면 세웅이는 활동에 집중하였고, 그런 일반적인 행동들은 나를 가끔 상상하게 만들었다. ‘세웅이가 혹시 일반 아동인데 검사가 잘못 나와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닌가’ ‘이러다가 어느 날 일반 아동처럼 되는 건 아닌가.’ 어쩌면 나는 세웅이가 그런 날이 올 거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날도 어김없이 세웅이는 나와 책상에 앉아서 퍼즐 맞추기를 하였다. 그런데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세웅이가 일반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았던 날.

나는 세웅이의 옆 자리에 앉아서 세웅이에게 집중하고 있던 그때,

세웅이는 갑자기 옆자리의 나를 쳐다보면서 씩~ 웃었다. 가끔 나에게 날리는 웃음. 그러고는 2초 후 나를 향해하는 말 코딱지

‘지금 나한테 그러는 건가’ ‘혼잣말인가’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세웅이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맞추기를 했다.


나의 당황함이 없어질 때쯤 나는 내 코 밑에 딱지가 생각났다. 그때 대상포진의 한 종류인 포진이 윗입술 근처에 나 있었는데 그것이 괜찮아지면서 딱지 형태로 코와 입술 사이에 있었다. 그 딱지를 세웅이는 코딱지라 생각했나 보다.

아무튼 나를 처음으로 ‘코딱지’라 부른 녀석.

그 뒤로 간혹 세웅이는 나를 쳐다보면서 코딱지라 불렀다.


자폐아를 진단하는 검사평가도구로 ‘CARS’ 라는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를 사용한다. Eric Schopler, Ph.D., Robert J. Reichler, M.D., and Barbara Rochen Renner, Ph.D. 내가 근무한 종합병원과 소아정신과에서도 사용을 했었고, 많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이 검사를 사용하고 있다.

자폐성을 보이는 것에 대한 척도는 사람과의 관계, 모방, 정서 반응, 신체 사용, 물체 사용, 변화에의 적응, 시각 반응, 청각 반응, 미각 촉각 후각 반응 및 사용, 두려움과 신경과민, 언어적 의사소통, 비언어적 의사소통, 활동 수준, 지적 수준, 일반적 인상의 15개의 척도로 구분한다.

사람과의 관계- 적절한 눈맞춤을 보이는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가

모방-간단한 행동과 단어 정도의 모방이 가능한가

정서적인 반응이 환경에 따라 적절한가

신체 사용이 안정성, 민첩성, 협응력을 가지고 있는가

물체 사용-장난감을 용도에 맞게 잘 가지고 노는가

변화에 잘 적응하는가 똑같은 물건과 질서를 고집하는가

시각-상대방이 아닌 다른 곳을 잘 응시하며 물체를 이상한 각도로 보는가

청각-소리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가

미각, 촉각, 후각-새로운 물건을 만질 때 적절하게 반응하는가

언어적 의사소통을 하는가 활동 수준이 과잉적이거나 과소적이지 않은가 지적 수준이 골고루 발달되어 있는가


* 세웅이는 시각정보에 대해 이해가 잘되는 아이였던 것이다.

내가 ‘초록반 선생님이라고 여러  말하는 것보다 나를 코딱지라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이  잘되는 특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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