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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스타 KM Jan 10. 2022

아동 자폐 이야기 2 - 눈맞춤과 모방

자폐아의 행동 특성


내가 교육과 치료를 담당했던 자폐 행동 특성을 가진 아이 중에 눈맞춤이 잘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자폐아의 행동특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자폐아동이라 해도 모든 항목에 다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특성은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 행동 특성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눈맞춤은 자폐아동들이 거의 가지고 있는 행동특성으로 보여진다.


아동 발달의 특성 중 눈맞춤은 중요한 요소이다. 눈맞춤은 아이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데 가장 바탕이 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을 하기 전 부모와의 눈맞춤으로부터 많은 것을 습득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비언어적으로 의사를 소통하는 행동 중의 하나이다.
눈맞춤을 하면서 아이는 모방을 하게 되고, 모방을 통해 아이는 일상생활을 하는 방법들을 익히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성으로 연결이 된다. 따라서 눈맞춤이 일방적이면 안되고, 본인이 필요할 때만 눈맞춤을 하면 안 된다.  
모방 또한 눈맞춤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동은 발달 수준에 맞게 소리나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어야 한다.


만 5세 아이가 검사하러 들어왔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어떠한가? 연령에 맞는 적절한 발달 특성을 보이는가?

아이는 어른과의 눈맞춤을 피하고, 타인과의 눈맞춤을 어려워했다. 연령에 비해 지나치게 수줍어하거나 부모와 분리되는 것이 어려웠다. 가까스로 검사실에 분리가 되면 검사자와는 무관한 사람처럼 자신의 관심 있는 것만 만졌다. 아이는 검사실에 세면대가 있으면 물을 틀어놓고 물을 만지작거렸다. 때로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계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 보이기 때문에 아동의 주의를 끌려면 검사자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은 최소한의 반응만을 보였다. 자발적인 접촉은 무엇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만 가능했다. 검사자의 다른 요구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검사자가 손뼉을 치자 몇 분 지연된 후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였다.




나는 수많은 아이들을 검사와 진단을 하면서 많이 안타까운 경우를 접했었다. 아이의 발달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난 후, 아이의 엄마는 병원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남편의 반대로 그동안 오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경우, 조부모가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해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경우이다. 지금은 정신과나 발달센터,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그 문턱은 낮지 않은 것을 느낀다. 아이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까지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 병원에 가서 검사까지 받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맞벌이로 인해 조부모님들이 양육을 해주시는 경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 발달은 늦되는 애들도 있으니 기다려봐야 한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었다. 그로 인해 검사와 치료가 늦어졌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검사와 치료는 시기가 중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인식개선도 많이 되고, 사람들의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더불어 사는 사회 안에서 나는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인식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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