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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소녀 Jun 26. 2024

언제나 시작점에 서 있는 듯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결심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더 어렵다는 회사. 그런 회사를 때려치는 것도 한~참 걸렸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한~참, 또 그것을 찾았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던 것도 아니다. 그것에 대한 마음 준비, 실행에 옮겨야 겠다고 용기내는 것도 한~참, 결심하는 것도 한~참. 

쉽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호흡을 고르고, 조금씩 전진 해 나갈 테다.


회사를 퇴사 할 때, 사람들은 나에게 부럽다고 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넌 알아서 좋겠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게 부러워.” 뭐,대충 이런 식.


그런데 나 역시 좋아하는 걸 찾는데 오래 걸렸다. 갓 입사했을 때부터 퇴사 직전까지, 무엇을 해야 좀 더 충족감 있는 삶을 살수 있을까 항상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스페인어 공부도 잠깐 해보고, 여행 작가 수업도, 번역 수업도,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도 따고. 회사 다니면서 곁다리로 많은 걸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잠깐동안 반짝해서는 사실, 이것이 내게 맞다 아니다란 확신을 얻기에는 어림도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 곁다리질은 많이 했으나, 회사를 그만둘 용기를 쉽게 내지는 못했다. 


회사에서 일했던 분야는 지속적으로 전문 공부를 지속적으로 했어야 했던 분야였기에 회사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 투여가 필요했고, 그러기에 일을 열심히 하는 만큼, 나의 정신은 피폐해져 갔으며, 시간이 흐를 수록, 회사생활에 익숙해져 갈수록, 하고싶은 일을 찾던 열정은 게을러져 갔다. 그리고 어느새,  10년 넘게 일하고서 보니, 현실적으로, 회사일이 돈 벌기에 가장 쉬운 일이 되어버렸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회사를 떠나는 것은 바보짓, 멍청한 짓이 되어 버렸다.


초반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에 집착했다면, 삼 십대 후반부터는 일이란 무엇인가. 이런 물음을 던졌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햇살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주된 시간들을 일에 투입하며, 회사 중짐으로 나의 삶이 돌아가는데, 일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돈? 성취감? 자아실현?


결국,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시간과 돈을 거래할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나오기만 했을 뿐,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시간이 아까워 회사를 나왔던 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잡으려, 그때부터 새벽기상을 시작하였고, 그런데 모순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기 보단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우선시되었다. 당시, 경제적 자유에 대한 분위기가 한참 고조되었을 때였고, 그런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려, 돈을 벌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그 이후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자. 그런 계획.


그래서 경매, 부동산 투자 공부를 하고, 매물도 보러 다니고, 주식 투자도 시작하고, 그러면서 온라인 셀링을 시작했다. 15년 회사 생활만 해보다가 홀로 사업을 해보자는 결정,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처음에 쉽지는 않았지만, 실제 유통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궁금했고, 조건 하나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 즉, 진입장벽에 낮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이쪽 업계를 얕잡아 쉽게 본 면도 있었다. 그런데 이는, 웃기게도, 돈과 시간 중, 시간이 아까워 회사를 나왔다는 사람이, 다시 또 돈을 선택하는 일을 반복 한 격이었고, 열심히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할수록, 또 다시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으며, 나는 왜 이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 생각해보고 뒤돌아보기를 반복하다 결국, “돈을 먼저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쏟아보자” 란 결심을 이제서야 슬슬.

서서히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과거 선택에 후회는 없다. 온라인 셀링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으며 언제나 무엇이든 진지하게 임하면 그 곳에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그렇게 퇴사 후, 새벽 기상도 하고, 일기도 쓰고, 책도 많이 읽고, 일하며 갖가지 드는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그러면서 이전에 깨닫지 못했던 것들, 보지 못했던 것들을 삶에서 알아차리는 것에 대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다 우연히 보게된 대학원 입학 정보. 

하고 싶다는 마음의 동요에 용기를 내어, 대학교 전공, 일했던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상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택배를 싸고, 공부를 하고, 아이들 뒤치닥거리하던 작년. 너무 행복했으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재정비의 시간, 즉,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정리할지에 대한 정리, 또한, 너무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초딩2 쌍둥이 아들들과 여유 있게 놀아주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한학기를 쉬고, 9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초 학교를 휴학하며, 긴장의 끈이 풀려서 그랬던지 삶이 무뎌 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경험할 수 있었다.  삶의 무뎌짐으로 인해, 밋밋하고 별다른 자극이 없는 삶은 평화로울 수는 있을지 언정, 내면의 성장의 기회는 없을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좋던 그렇지 않든 자극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없이 무료한 상태라면, 책이라도 읽으며 생각의 폭을 넓혀야 그것이 나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줄 수 있음 또한 배웠다. 


결국, 어찌보면, 물질적인 부를 우선시 하느냐, 내면에서 외치는 길을 가느냐. 항상 이것들의 대립인 것 같다. 한가지를 열심히 하면, 다른 한가지 역시 뒤따라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겠 다만, 무엇을 우선시 하느냐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일하며 빠른 일처리, 효율성을 중시했고, 경쟁 아래 앞서가고 싶었고, 남들의 인정과 연봉이 나의 가치를 대변하는 양 그렇게 만족스럽게, 불만족스럽게 살아왔는데, 그런 일상 속 습관화된 삶의 패턴, 사고 구조는 쉽사리 상황이 변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 다닐 때는,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나의 연봉을 많이 올릴 수 있을까, 절대 나의 연봉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나보다 일도 못하는 것 같은데, 왜 부장은, 왜 저런 상무는 더 많은 연봉을 받는가. 불공평하다며,  항상 불평에 불만족스러워만 했을 뿐, 주위를 잘 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회사를 나오고, 온라인 셀링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과거에는 관심 없었던, 회사원 외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들과 다른 성격안의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보고 만나게 되면서, 연봉이 많던 적던, 무슨 일을 하던, 본인의 일을, 일상 아래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멋지다는 생각이 일어났고, 나는 참 우물안에 개구리였구나. 세상을 보는 가치관과 시야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회사를 다시 들어가도, 지금의 나는 과거와 다르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하다만 이왕이면, 내가 좀 더 시간과 열정을 긍정적으로 쏟을 수 있는 분야에서,

남들의 인정보다는 나의 만족을 향한 삶을 만들어 감이 현명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솔직히 유혹의 뱀은 내안에서 똬리를 틀고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음을 인정한다. 

재취업을 하자. 돈을 벌자. 돈을 먼저 빨리 벌자고.


삶 아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여전히 많은 것이 미지수이며 불투명 하지만, 

그래서 삶에 자극이 있는 것이며 성장이 있는 거겠지.


어찌되었든,  그것이 무엇이든, 반짝이는 열린 눈으로 열심히 삶을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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