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십대 소녀 Oct 22. 2024

3) 회상기록_순식간에 어른

봄의 탄생을 알리며 그녀의 자녀는 9년 전 세상에 태어났다.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은 여기나 저기나 똑같이 신비롭다. 

인간의 능력으론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인체의 신비, 그 어떤 통로를 통해 작은 씨앗이 처음 만들어지고, 그 작은 씨앗은 저 깊은 땅속 영양분을 쭉쭉 빨아들이며 얼어붙은 땅을 뚫고 세상에 고개를 내밀며 자연의 선물처럼 다가왔다. 

태양이 반짝거리는 봄 햇살을 꽃과 나무, 어린 새싹에게 선물하듯, 태양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끼며 멋지게 성장하렴. 아이들은 선사 받은 그 아름다운 눈망울로 반짝반짝 주위 것들을 탐지하기 시작하며 그렇게 세상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어눌한 발음에, 보송보송 애기 애기한 얼굴, 서툰 몸짓의 유아기 시절의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안다. 그 귀여움은 하늘을 찌른다. 

아직 애기 티를 못 벗어난 순진무구한 표정과 서툰 몸짓의 어리숙함이 한데 어우러져, 예쁘다 혹은 못 생겼다 등의 소위 ‘얼굴’ 판단 기준이 적용될 수 없는 천하무적 사랑스러움을 보유하는 시기이다. 

예쁘면 예쁜 대로 귀엽고, 못생긴 느낌이면 그 느낌대로 사랑스럽기에 객관적인 외모 판단은 실상 의미가 없다. 이래나 저래나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기에, 까르르 웃는 그 미소만 보고 있어도 어른들의 마음은 맑게 정화된다.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천사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삶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육아라는 고된 육체적 노동이 365일, 매일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유아기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미소는 힘겨운 육퇴 후 맥주 한모금의 청량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위로가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함께 할 때는 잘 모르다가 잃고 난 후에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우리 일상의 평범한 습관이 때를 놓치지 않고 역시나 밀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는 우리 눈 앞을 헷갈리게 휘저어 놓는다. 이에, 천사의 모습이 만연한 유아기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반복되는 고된 육아의 늪에 빠져 정작 자신의 힘듦에 먼저 주목하기 십상이다. 

그러는 동안, 천사의 얼굴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천사의 얼굴이 사라진 지 한참 후에야 이를 발견하고 그리워한다. “그때는 이렇게 예뻤던 걸 왜 몰랐을까”, “그때는 육아에 지쳐서 여유가 없었네”, “그때 좀 더 눈에 꾹꾹 담아놓을 걸”, 그나마 그동안 찍어두었던 사진과 동영상에 남겨진 모습으로 추억하며,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천사의 모습을 순식간에 잊혀 보낸다


그녀 역시, 손가락 사이로 흩어 사라지는 모래알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쌍둥이 두 아들의 애기 애기했던 시절이 참 그립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 떠나간 버스다. 

유아기 시절은 끝이 났고, 그들은 이제 장난기 가득한 늠름한 형아의 얼굴로 변모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 9살이 된 초딩들은, 누가 이래라 저래라 가르쳐주지도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자신들의 변모된 얼굴과 결을 맞춰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애기’라는 호칭, 애칭을 거부하며 점차 본인의 목소리로 짹짹 노래하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 손만 붙잡고 다녔던 그들의 양손은 여러 활동과 새로운 관계 아래 점차 분주해져 가고, 부모만을 쫓아다녔던 아장거리던 발걸음도 이제는 또래 친구들과 발을 맞추며 거침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왁자지껄 낄낄 웃어대기 시작하는 8살 형아들은 그렇게 세상 안으로,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그들만의 세상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과거 순식간에 사라진 천사의 모습을 교훈삼아, 천진난만한 지금의 9살 모습을 눈에 눌러 담으며 집중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육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은 물론, 무리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향한 우려와 근심이 그녀를 쫓아와 채근한다. 또각또각 흘러가는 시간의 빛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며 붉은 경고등을 깜박거리지만,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다시 또 우려와 근심의 깊은 늪 아래 그대로 파묻힌다. 


멈춤 없이 시간은 흐르고, 부모의 도움 아래 자신 앞의 길을 착실히 밟으며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는 오늘날 그녀가 되었다. 나름 좋은 대학을 입학하여 졸업할 수 있었고, 나름 좋은 직업을 갖게 되었다. 회사원 치고는 나름 적지 않은 돈을 벌며 사회의 방향성과 결을 맞추며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성인이 된 이후 그녀는 줄곧 방황하고 있다. 

사회적인 조건들만 따지고 본다면, 어릴 적 기대했던 미래의 모습에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근사치까지는 온 것 같은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지금껏 그녀는 무엇을 향해 달려온 것인가?


** To be continued :)

이전 25화 2) 철장 안에 갇힌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