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명백한 사실
그녀가 지난 1주일 사이 다시 얻은 꺠달음이다.
창조주는 우리의 뇌를 우리가 살만하게 만들어놨다.
깨달음과 배움이 평생 지속되는 건 없다. 꺠달았다가 살만하면 까먹었다가 어려움 속 다시 깨달았다가 다시 편해지면 까먹고. 그렇게 바다의 파도처럼, 때론 잔잔하게, 때론 거세게 삶은 평화로웠다가도 요동치고 잔잔했다가 바위를 깨부순다. 너희는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니 항상 겸손하여라 이런 말씀. 혹은 동일한 진리의 깨달음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직면하며 삶을 깨닫도록. 그래, 삶이란 쉬운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닌, 그냥 이렇게 돌고 도는 원안에서 뱅글거리다 살다가 죽는 것이니 무엇을 하든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삶을 살지 말지어다. 뭐 이런 메시지?
지난 주 물건이 중국에서 건너오고 방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짐들을 보며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착 날,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기대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어찌어찌 해서 팔면 되겠지, 못 팔 이유가 있으랴.
다 모아 놓고 보면, 가로 세로 2미터쯤 되는 박스들이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실전에 돌입할 시간이야. 날 팔아줘, 팔아줘. 중압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끄적끄적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상품을 네이버에 올린 지난 목요일 2021년 11월 18일 저녁. 이날 그녀는 이때 터널 같은 어둠을 감지했다. 어둠의 그림자.
그래, 이날을 그녀의 사업이 시작된 첫 날로 공표하자. 그 전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사업을 한다는 그런 착각과 허세 속에서 홀로 춤 추고 있었던 것. 시작을 위한 축하 파티.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상품을 업로드 하자마자, 그녀는 현실을 자각했다. 아 도 아니고 악!!!!! 이거 쉽지 않구나.
그러면서 지난 1주일 불안감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상품이 팔리려면 고객들에게 노출이 되어야 하는데, 노출부터 일어나지 않으니, 즉, 그녀의 상세페이지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끄적끄적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배웠던 내용을 상기시키며 경쟁이 덜한 키워드를 찾아 상품명을 바꾸고, 상세페이지를 업데이트 하고. 그렇게 어찌어찌 어느 한 키워드를 검색 할 경우, 그녀의 상품이 상위 6번째까지 올라오게 만들긴 했으나 여전히 그녀 페이지 방문자의 99%는 여전히 그녀이다.
마음이 급하니 제대로 할 것도 엉성하게 대충 하게 되고, 이것저것 찾고 업데이트 하다보니 벅차고 지치고, 짜증하고 하기 싫어지고. 그러다가 눈 앞에 쌓인 박스 상자들을 보면
아. 이걸 할 수 있을까.
아 하는 한숨.
인간이 나약하건지, 그녀 마음이 간사한건지,
어제 아침
샤워를 하면서 다시 회사를 들어갈까. 이런 걸 하느니 차라리 회사에 가서 더 수준높은 것들을 배우고 하는 게 낫겠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외쳤던 지식들이 갑자기 수준 높은 매력적인 지식으로 둔갑하며
그렇게 지옥버스를 타고 지옥엘레베이터 앞에서, 왜 난 이렇게 좀비같이 살아야 하는가.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 그랬던 그녀의 회사생활이 찬란하게 그리워지는 순간들로 사기치기 시작했다. 원래 기억이 거짓말이고 사기꾼이긴 하다만 이렇게 나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인가 슬픔도 몰려오다 순식간 회사를 알아봐야 하나.
갑자기 열심히 일했던 후배의 Career 가 멋지게만 보인다.
박스들은 그 자리 그대로 물건도 500개 그대로. 저거 팔아봤자 벌었던 월급의 반의 반도 못 버는데 아 내가 뭐하는 짓이니. 남의 떡이, 지나간 과거가 백 천배 커보이는 요즘.
그녀의 인터넷 선생님 그리고 유튜브 유명한 여러 쎌러들 모두 한 목소리로 재고를 쌓아두지 말고 위탁부터 천천히 하며 팔리는 물건을 사입해라.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데 그녀는 무슨 배짱으로 500개를 주문했을까.
그리고 이것 뿐이 아니잖아.
다른 상품 하나가 그녀 품으로 달려 오고 있다. 그 물건도 서운하지 않게 500개나 제작, 주문하여 부피가 작지 않을 텐데, 암튼 주인 곁으로 오기 위해 용달차를 타고 달달달달 중국 내륙을 건너 중국 배대지에서 얌전하게 배를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타고 늦어도 이번주 주말에는 인천항에 입항, 그리고 그녀의 집에 도착하겠지.
아 미안하지만 너는 둘째네. 첫째 돌보느라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네 팔벌려 안아줄 여유가 없어서 미안.
공간은 어찌어찌 틈을 만들면 생기겠지만 급하게 먹은 고구마가 아직도 목에 걸려 캑캑 거리고 있는 상황 이해해주라.
2021년 11월 24일 오늘.
하루종일 켁켁 거리며 정신에 문제가 있는 마냥 그녀는 상세페이지를 백번 이상 들락거린다.
그래도 신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왔다.
심호흡을 한다.
너무 착각 속에 있었구나.
마치 로또 같은 것을 기대했던 그녀의 마음을 바라봤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숲을 보면 된다.
그런데 머리가 멍하다.
내일 아침 다시 잘 살펴보자 뭐가 맞나.
그녀 벌써 후회하나
나 벌써부터 후회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