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요”
학생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리더의 이름. 사회복지행정론 수업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리더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이순신 장군이요.”
그럴 만도 합니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 존망의 위기 속에서 조선을 지켜낸 장군. 한산도대첩, 명량해전, 노량해전 등 전설로 남은 전투들. 이순신 장군은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인물입니다. 그는 단지 명령만 내리는 보스가 아닌, 현장을 알고, 사람을 이끌고, 진심으로 마음을 얻는 리더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묻고 싶습니다. 그가 그렇게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단지 전술이 뛰어났기 때문일까요? 이순신 장군 곁에는 그를 받쳐주던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보면 이순신 장군이 혼자 나라를 구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나대용. 장군의 요청으로 거북선을 제작한 인물입니다. 거북선은 단지 무
기가 아니라 조선 수군의 상징이자 전략의 핵심이었습니다.
송희립. 전장 밖에서 왜군의 동태를 정탐하고 정보를 수집해 전술적 결정을 가능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류성룡.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천거한 정치적 후견인이자 개혁적 사상가입니다.
오리 이항복. 장군이 부당하게 투옥되었을 때 끝까지 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운 조정의 정치가입니다.
정운. 수많은 전투에서 선봉을 맡았던 용감한 지휘관이었으며 정걸은 장군의 곁에서 기록하고, 보고하고, 소통하던 든든한 참모입니다.
이런 조력자들은 이순신 장군이 전장을 넓게 보고, 전략을 실현하며, 백성과 군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순신은 그 기반 위에 올곧게 서 있었죠.
이와 함께 전라좌수영을 중심으로 병참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백성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민들이 노를 저었고, 농민들이 군량을 마련했고, 의병들이 생명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렇게 기꺼이 이순신을 따랐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이순신 장군이 그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병사 한 명의 이름을 기억했고, 백성들의 고통을 기록했고,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전술가였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아는 리더였습니다.
좋은 리더는 단순히 명령을 잘 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을 알고, 정보를 귀하게 여기고,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둘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그런 리더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아닌 그의 주변 인물들까지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그가 싸웠던 수많은 전투 뒤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리더십 수업을 할 때마다,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며 한 가지 더 묻게 됩니다. 나는, 내 곁의 조력자들이 기꺼이 함께하고 싶은 리더인가? 이 질문 앞에서 무한정 부끄럽고 겸손해지는 하루입니다.
오랜만에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보고, 나도 모르게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