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아이스하키 6년, 농구 4년. 돌아보면 거의 10년 가까이 단체운동만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운동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장면들을 무수히 마주했고, 특히 ‘감독’이라는 존재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스포츠에서 코치는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팀의 분위기와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리더입니다. 히딩크 감독, 김성근 감독처럼 스포츠 현장의 리더십을 다룬 책이 수없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오늘은 그중에서도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한 중학교 농구 감독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경기장을 장악하는 목소리
그 감독님은 경기 내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코트를 지배했습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제 귀에는 그 소리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기보다는 잘못을 지적하는 꾸중에 더 가까웠습니다. 칭찬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골을 넣어도, 스틸을 해도, 어시스트를 해도 그냥 지나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전술은 눈에 띄게 뛰어났습니다. 특히 일사분란한 맨투맨 수비는 다른 팀이 감히 흉내내지 못할 만큼 완벽했고, 상대의 공격 흐름을 수없이 끊어냈습니다. 전략적인 면에서는 분명 뛰어난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멋있지만은 않았던 이유
저는 그 모습이 멋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올라운드 플레이를 요구했고, 지친 기색이 역력해도 교체는 거의 없었습니다. 20점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베스트 5’만 주로 기용했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은 실전 경험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저 벤치만 달궜습니다.
게다가 여유 있는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착 수비를 지시하며 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상대팀 입장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중학생 경기라 하더라도 결국 승리가 목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학생들이기에, 승리보다 더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책 대신 칭찬을, 호통 대신 파이팅을, 그리고 상대 팀을 향한 배려를.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 말입니다.
결국 조직의 리더십도 다르지 않습니다.
구성원의 약점보다 강점을 찾아주고, 분위기는 강압적이기보다 따뜻하게.
성과만큼 그 과정을 챙기며, 가능한 많은 구성원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모두가 ‘한 팀’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것.
다 챙기기 어렵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리더의 몫 아닐까요.
이번 대회는 중학교 전체 학년이 참여하는 큰 무대였습니다. 둘째 아들은 중학교 1학년으로 나름의 역할을 했고, 팀은 대구광역시 U-15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들은 충분히 출전하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저는 ‘제 역할을 다한 경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때로는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도 성장의 한 부분이니까요.
오늘 농구장을 나서며, 저는 또 하나의 리더십 수업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