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휴게소 바다와 조직의 색깔

by Taeyoung

한 학기에 서너 번은 울진군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잠시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망양휴게소입니다. 이름 그대로, 울진의 명승지인 망양정에서 따온 곳이지요. 휴게소 바로 아래로는 깨끗한 바닷가가 펼쳐져 있어, 지나가는 이들이 꼭 사진을 남기고 가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의 바다를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푸르고 깊은 청자빛을 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바다는 세 가지 색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황토빛, 본래의 청자빛,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섞인 색깔. 층을 이루듯 펼쳐진 모습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아름다웠습니다.

바다와 조직의 닮은 점

그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조직도 바다와 같구나.”
조직 안에는 서로 다른 생각과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가 때로는 황토빛, 때로는 청자빛처럼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목소리가 섞이고, 결국 하나의 색깔을 띠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바다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청자빛을 되찾습니다. 그러나 조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구성원들의 혼화(blending)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 목소리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어떻게든 내 안에 섞어보려는 시도 말입니다.

혼화가 어려운 이유

현실의 조직에서 혼화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각자의 색깔만을 내세우다 보니 서로 뒤섞이지 못합니다. 결국 바다가 세 겹으로 나뉘듯, 조직도 황토빛과 청자빛이 나란히 서 있을 뿐 하나 되지 못한 채 흩어져 버리곤 하지요.

그래서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섞임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조직은 오히려 그 중간 영역, 즉 ‘섞임의 색깔’이 넓게 자리 잡는 조직일지도 모릅니다.

리더의 역할

리더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리더가 오직 청자빛만 바라본다면, 구성원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상만 강요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진짜 리더는 황토빛과 청자빛 사이의 섞임을 이해하고, 그것을 청자빛으로 이끌어가는 마중물의 과정으로 여겨야 합니다.

혼화의 내용은 다양합니다. 처우, 조직에 대한 기대, 개인의 미래… 그 모든 주제에서 리더는 섬세하게 귀 기울이고, 구성원들을 자연스럽게 청자빛 영역으로 초대해야 합니다. 억지로 끌어들이려는 태도는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합니다.

바다가 주는 배움

울진 앞바다의 청자빛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황토빛, 청자빛,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섞임의 빛깔 또한 매력적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조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완벽한 청자빛만을 바라기보다, 서로 다른 색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아름답게 여길 때, 조직은 더욱 단단하고 건강해질 것입니다.

자연이 보여준 색의 층위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조직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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