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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Feb 07. 2020

아리송한 북유럽 문화 시리즈 2

hitta.se... 너의 모든 걸 다 알켜 주마!!!

알 수 없는 번호가 핸드폰을 울릴 때 어떻게 할까? 어떤 이는 무시하기도, 또 어떤 이는 궁금해서 받기도 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오는 전화는 무조건 받고 보자'인데, 모르는 번호가 찍혀 받을 경우, 스웨덴도 반 이상은 보험이나 광고성 전화가 많다. 어느 날 남편에게도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핸드폰 요금을 50프로 싸게 지불할 수 있다는 선심성 낚시 광고 전화였고 남편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이런저런 질문이 오고 갔고 카드 정보를 알려 주는 시간이 다가 오자, 남편도 뭔가 이상했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인터넷 웹 브라우저에 hitta.se를 쳤다. 자신이 받은 번호를 hitta.se의 검색란에 집어넣자, 36718명의 사람들이 이 번호를 의심하여 찾았다는 검색 결과와 함께 전화 오면 바로 끊어 버리라는 37인의 코멘트와 전화 발신인의 회사 이름이 찍혀 있었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모르는 전화가 왔을 때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우선 받고 있지 않다가, 통신음이 사라지면 그 번호를  hitta.se 또는 ratsit.se에 쳐 보면 된다. 전화번호를 검색란에 쳐 넣기만 하면 발신인의 정확한 개인 이름이나 회사 이름이 공개되고, 그 이름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면 전화를 다시 하면 되고, 모르는 회사의 광고 전화라면 무시하면 그만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일종의 인터넷 전화 번호부와 같은 웹 사이트를 공개적으로 대중이 접근 가능하고, 이용 가능하게 구축해 놓았다는 것은 매우 편리한 면이 확실히 있다.

그런데, 스웨덴 정보 공개의 뭔가 다른 이질감은 이름과 전화번호의 공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개인의 사적인 정보로 인식하고 있는 <개인 정보 >와 관련된 기록들을 아주 친절하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다.


hitta.se와 ratsit.se에는 전화번호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다니는 직장, 가족 구성원의 이름 및 나이, 생년월일, 차 종류, 자동차 번호판 넘버, 소유하거나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 집 평수, 이웃 주민들의 이름과 수입 수준 등이 잘 정리되어 나타나 있다. 하물며 이 지역 사람들의 대출 정도라든가 수입이 평균보다 높은  편인지 낮은 편인지, 아파트 같은 경우는 내부 구조를 볼 수 있기도 하고 드론을 이용한 집의 외관이 아름답게 찍혀 있는 경우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전혀 모르는 아래층 남자의 이름을 클릭해 보면, 다시 그의 직장, 나이, 직책, 집 가격과 집의 평수, 생년월일, 자동차 종류, 그의 가족 구성원 등에 대해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클릭의 횟수에 따라 이웃 주민들의 실태 파악이 가능하다.


처음 이 웹사이트들을 알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가 <헐...>이었다. 뭐 이런 거까지 다 공개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 나라 참 이상하다. 뭐야? 살짝 무섭잖아! 뭐 이런 여타의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이 정보의 공개성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마인드였다.

궁금해서 여기저기 뒤져보니, 몇몇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이와 관련된 언쟁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독일인은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가 공공의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의 동의 없이 제공되는데 심히 마음이 불편하였던 것 같다. 'How do you feel about hitta.se?라는 그 독일인의 질문은 나의 관점에서도 한 번은 스웨덴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https://www.reddit.com/r/sweden/comments/8i7bwb/how_do_you_feel_about_hittase/


이 문제를 제기한 독일인이 받은 댓글들이 30여 개가 되는데, 그중 스웨덴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의 정보를 <personal information>이 아닌 <public records>로 생각하며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오히려 독일인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정보를 지키려 애쓰는데 그게 더 이상해 보인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이 시스템이 좋은 점이 더 많다는 내용에 덧붙여 정 싫으면 그 사이트에 문제를 제기하고 정보를 지울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우와!... 이건 뭐지?

스웨덴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 이런 웹사이트들을 이용하며 지내왔다는 의미 자체가 스웨덴 사람들이 개개인의 정보와 관련한 개인의 'privacy'에 대한 사고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갖는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브리지 영어사전(Cambridge dictionary)을 뒤져 'Privacy'의 단어 뜻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Someone's right to keep their personal matters and relationships secret:


그렇다면!!

hitta.se의 정보 공개에 'I don't care'로 일관하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본인의 주택 가격, 집평수, 수입의 정도, 생년월일, 가족 구성원의 이름 등과 같은 자신의 정보가 personal matters and relationships (사적인 문제와 관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 같다. 어느 독일인이 제기한 문제에 스웨덴 사람들이 남긴 댓글의 답처럼 들에게 이것은 비밀로 유지되어야 할 이유가 없는 그냥 공공의 정보와 기록들인 것이다. 자신의 수입과 사는 집, 직업, 나이, 생년월일, 주소 등이 개인의 정보가 아니라 공공의 정보라는 이들의 생각은 기존의 경험과 사고 체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어느 정도 <혁명적이며 급진적인> 사고의 변화를 요구하는 면이 없지 않다.


스웨덴 사람들은  정보공개의 열린 마인드를 어떻게 구축하게 되었을까? 조금만 달리 생각하여도 정보의 공개성이 주는 위험성이 수십 가지일 텐데 말이다. 그 위험성을 극복하고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것은 깨끗하고 공정하며 가진 것에 의해 차별하지 않는 스웨덴의 사회적인 풍토가 뒷받침된 것일까? 아니면 흔히 말하는 <big brother>의 존재가 자본을 가치롭게 여기고 빈부의 격차가 아예 뿌리내리지 못하게 이 사회를 적절히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가 솔직한 답이 될 것 같다.


기성세대의 편협함과 경험의 틀 안에서 생각하는 나의 좁은 사고가 스웨덴 사람들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대한 열려있는 마인드를 받아들이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임을 인정한다. 정보에 허용적이며 공개적인 스웨덴 사람들이 살짝은 부러우면서도 <개인정보수집에 동의합니다>라는 클릭질에 더 익숙한 나는, 오늘도 늙어가며 완고 해지는 내 꼰대 기질에 새로운 도전을 받는다.

<이 생각, 저 생각과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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