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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Jun 05. 2020

스웨덴의 훈육방식

사랑한다! 노력할게!

아프리카의 어느 한 부족에서는 한 명의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많은 육아서적과 교육학 이론들이 난무하지만 아이 키우기는 여전히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답이 없는 숙제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행복을 우선시한다는 스웨덴의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스웨덴 부모들이 아이들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허용적이라는 사실은 이 스웨덴에서는 당연한 사실이다. 

 

딸아이가 스웨덴 학교를 다니면서 받게 된 학부모 안내문에는

‘아이가 태어난 나라의 법에 상관없이 스웨덴에 온 모든 아이들은 스웨덴의 아동보호법을 따르게 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맞았다고 학교에 신고하면 (그것이 꿀밤과 같은 사소한 것이었다 해도) 학교는 위원회를 열고 반드시 적정 관할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른 곳에서 온 타국의 부모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경고장 같은 안내문이 인상적이었다.


한때 적절한 제재와 지시, 통제라는 방식을 통해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워 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화자 되었던 '타이거 마더'의 훈육과 교육방식은 스웨덴의 관점에서는 바로 아동 학대 감에 해당된다.

 세계 최초의 아동 보호법을 제정한 나라답게 가정뿐 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말은 신뢰와 존중으로 일관성 있게 다루어진다.


하루는 딸아이가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딸아이의 친한 친구가 '돌봄 선생님이 자신의 팔을 세게 잡아 자국이 생겼다'며 교장 선생님에게 보고 하였고, 아이는 그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로서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교장실로 불려 간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 것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딸아이는 정확히 잘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였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딸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한 가지 할 테니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 달라고 이야기하였다.


" 돌봄 선생님이 네 친구의 팔을 세게 잡아서 친구를 아프게 했단다. 그 선생님에 대한 너의 감정을 솔직히 얘기해 줄 수 있겠니?"


" 그 선생님이 왜 그랬는지 몰라요. 하지만 친구가 아프다고 하니 제 마음도 아픈 거 같아요!"

교장선생님의 질문에 딸아이가 한 대답이다.


이후 그 돌봄 선생님은 다른 학년 돌봄 선생님으로 바로 대체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을 때 적잖이 혼란스러웠고,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 일로 선생님이 그만 둔것은 너무 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우선 드는 것은 아이의 말보다는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나의 가치관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의 아동체벌 금지법은 1970년대 아이가 부모에게 체벌을 받은 후 사망한 사건들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노예에 대한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을 때에도 자녀 체벌은 가능했으니 스웨덴이 처음부터 아이들의 천국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체벌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들이 여론에 수차례 회자되면서 정부는 아동권리위원회를 조직하여 체벌 금지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스웨덴 의회는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 금지법을 탄생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 법이 제정된 이후, 스웨덴은 가정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이 전격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스웨덴 사회에서는 이런 아이 중심의 훈육법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스웨덴 정신과 닥터가 쓴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2016)’라는 책을 살펴보면 아이에게 모든 결정권을 주는, 지나치게 허용적인 스웨덴의 훈육방식을 비판한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복잡한 메시지와 다양한 선택을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오히려 일관된 규칙이나 명확한 지시, 적절한 꾸지람이 이 세상을 배우는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책은 이야기 한다.


아이들이 명령과 규칙으로 인해 상처 받는다고 믿는 스웨덴의 훈육 방식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일 또한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작가는 비판한다. 아이들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해 줌과 동시에 자녀를 키워내야 하는 주체자로서의 부모의 권위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스웨덴의 아동 훈육방식을 전면적으로 비판한 이 책의 출간은 곧바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스웨덴 사회에서의 찬반 여론을 형성하였다. 하지만 아이 중심적 교육을 비판하고 권위를 갖는 부모가 되기를 촉구하는 여론에 맞서, 가벼운 체벌도 허용하지 않는 스웨덴의 훈육방식이야말로 학교 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여론도 팽배하였다. 국제 아동보호단체인 'Save The Children'에서도 스웨덴의 청소년 범죄가 타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이유를 스웨덴의 철저한 아동보호법에서 찾았다.

답이 없는 토론과 이에 대한 이견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스웨덴에 와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아이가 하는 말을 신뢰하고 받아들인다는 명목하에 예의를 무시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모르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로 키워낼까봐 두렵기도 하다. 아이를 바르게 키운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내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길 바라는가>보다는, <내 아이가 지금 행복한가>를 이야기하는 스웨덴의 훈육방식은 판단하고 재단하기를 좋아하는 꼰대 기질의 엄마에게는 큰 도전이다.  부족함을 알기에 <노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라는 생각이 앞설 때마다 빨리 판단하지 말고 시간과 여유의 힘을 빌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아름다운 들꽃들처럼 내 아이를 찬찬히 바라 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 사랑한다!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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