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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Oct 26. 2020

스톡홀름에 온 아이

스톡홀름 교육 이야기

2017년 9월 스톡홀름행 비행기에 탑승한 일곱 살이 안된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스웨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가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아이의 기질에 따라 많이 힘들 수도 있음을 지난 4년간 경험했다. 영국 유치원에 입학을 하고 난 첫해 아이는 머리에 노란 손수건을 1년 동안 쓰고 벗기를 반복했었다. 만 4세가 안되던 아이가 본인의 머리 색깔을 숨기고 싶어 했던 순간들… 언어도 느렸고 친구도 오랜 시간 없었던 아이는 외로움에 갇힌 날이 많았고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하였다. 걱정을 밀어 내려 했지만 밀어낸 만큼 또 채워지는 근심에 심란하였다.

 

 아이는 스톡홀름 시내의 로컬 학교 중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구성된 영어 학급에 편성이 되었다.

 2주간의 학교 배정기간이 흐르고 학교 전학 첫날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아이의 학교에 도착하였다. 재잘거리는 어린아이들의 말소리가 정겨우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못한 채 서 있는데 곧 교실 문이 열렸다. 담임 선생님이 나오셨고, 아이들이 삼삼오오 줄을 지으며 교실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오랫동안 꽉 쥐었던 딸아이의 손을 놓아주었고 아이는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즐겁게 잘 지내야 할 텐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학교 주변만 두어 번 배회하다가 지하철 역 언저리 카페로 들어섰다.  좋아하지도 않는 아메리카노를 두 잔이나 마셔가며, 핸드폰의 시간을 체크하였다.

아이의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이미 한참이나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재빠르게 정리한 뒤  학교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멀찍이 같은 학급의 엄마들이 나라별로 자연스럽게 모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잠시 뒤 교실 문이 열렸다. 엄마들이 교실문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다.

 

아이들과 함께 딸아이가 교실 문 밖으로 나왔다. 나는 재빠르게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웃는다.

 

아이가 활짝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 같은 반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데 그 인사말이 <See you. Bye>가 아니라 <안녕>이다. 서투른 발음으로 인사하는 아이들의 <안녕>이라는 소리가 놀랍기도 하였고 즐겁기도 하였다.

딸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하루 전부터 담임 선생님과 학급 아이들이 준비하고 연습했다는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동동 거렸던 엄마의 초조했던 불안감을 안정시킨다. 전학생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의 작지만 큰 배려가 낯선 땅의 첫 만남을 두려워하던 엄마와 아이에게 감사라는 선물을 안겨다 주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지니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책가방을 확인해보니 A4 7~8매 정도의 학부모 안내문이 파일 철 안에 정리되어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나누어 준 안내문에는 물병과 간식 등의 준비사항 외에 시간표, 출석, 알레르기 등을 체크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고 별도로 작성된 안내문 중에 인상 깊은 문장들이 보였다.

 

 - 모두를 초대하지 않을 경우, 생일 카드를 학교에서 돌리지  

 - 선물을 준비할  분홍과 파랑으로 남녀를 구분 짓지  

 

지금도 기억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 문구들이 나에게 준 첫인상은 <다행과 안심>이라는 단어들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문장이지만 강한 편안함을 이 두 문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스스에게 물어본다.  소외된 이를 배려하고 사람을 구분 짓지 않겠다는 스웨덴 교육의 기본 철학을 느껴서였을까?

해외 생활의 많은 시간을 마이너리티로서 살아온 외국인이라는 사회적 신분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아이의 스웨덴 학교의 첫날은 밝고 기분 좋은 것이었다.

주류에 속한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 정당성이라는 프레임을 부여하고 오묘하게 마이너리티를 억압해 왔다는 살짝은 삐딱한 기존의 나의 생각에 스웨덴의 교육철학이 담긴 두 문장이 감성을 자극한다.

첫인사와 마지막 인사의 <안녕>이라는 친숙한 단어가 낯선 땅에서 만난 아이의 첫 단어였듯이, 우리가 스톡홀름에서 만나게 될 인연과 경험들이 구분과 구별이 아닌 따뜻함과 받아들임으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되뇌여 본다.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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