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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Apr 22. 2020

스웨덴의 자연

자연은 살아 움직이는 우리의 인생

스웨덴에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이 뭐니?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에게 정답은 첫째도, 둘째도 <자연>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도시 주변은 물론이고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무한히 펼쳐져 있다. 자연은 사람이 만든 유적지와 예술품들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살아 움직인다.

인간의 삶도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치는 것처럼, 자연도 계절과 시간을 맞추어 간다. 그리고 계절에 맞추어 그 아름다움이 달라진다. 봄은 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참 다르지만 그 가운데 숨어 있는 진리는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처럼.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도 자연은 참 위로를 준다. 스웨덴은 개인에게 자유를 허용하고 책임감을 지우는 위기 대응 방식을 취하고 있어 개인들은 각자의 책임하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어느 정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집에 머무르고, 저녁 식사 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간을 이용하여 집 뒤의 공원을 조용히 산책한다. 공원은 어두워지면 켜 졌는지, 안 켜졌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주변을 밝혀 주는 데, 어두워도 조심조심 걸을 만한 시야를 확보해 준다.


정리되고 드넓은 잔디밭 사이로 넓게 펼쳐진 산책길도 확 트인 아름다움이 있지만, 우리 가족이 택하는 길은 숲과 언덕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좁은 길, 애초에 공원 길로 계획되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 하나 둘,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진 자연 산책로이다. 가끔 한 두 사람 마주칠 때도 있지만 서로 멀찍이 상대의 존재를 확인하고 한쪽으로 거리를 확보하여 상대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무언의 약속이 잘 지켜지는 곳이다.


가족이 산책을 하며 나누는 대화는 매우 다양하다.

어제는 뿌리가 뽑혀 넘어진 커다란 나무 뒤로 연약해 보이는 어린 나무가 서 있는 걸 보았다.

"엄마 나무가 넘어져서 아기 나무가 슬퍼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니 딸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바로 우리 남편,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

"나무 종이 다르잖아."

그러면 다 같이 키득키득 웃어 버리고 또 다른 화제를 꺼내 든다.


아이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엄마 U.F.O 가 떠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내니, 곧이어 남편이

"응, 저 구름은 적란운이라는 거야. 따라 해 봐

적. 란. 운!"


세상을 0 아니면 1로 본다는 수학에 업을 둔 전형적인 이공계 남편과, 유년시절 6년 동안 문예부에서 활동을 한 전형적인 인문계 와이프,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이 뛰어난 딸아이의 대화는 항상 평행선을 그으며 진행되지만 자연 안에서는 그것도 유쾌한 유희와 삶의 여유를 준다.


자연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나무 위의 둥지를 바라보며 저 둥지 위에 알을 품었을 가족은 찌르레기가 아녔을까?라는 상상을 시작으로, 찌르레기 부부의 만남과 사랑, 위기, 갈등, 알의 탄생... 새들이 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인간이 걷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것 같기도 하고... 상상이 또 다른 상상으로 나래에 나래를 편다.

옆을 돌려보면 호수 위로 두 마리의 백조가 석양을 뒤로한 채 아름답게 물살을 가른다. 저 백조들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다시금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면 지루할 틈새가 없다.


딸아이도, 남편도, 때로는 자잘한 수다를 떨며, 때로는 묵묵히 걸어가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할 테지만 그 조용한 산책길을 걸어가는 우리 세 가족의 통일된 마음은 이 저녁 산책을 무엇보다 즐긴다는 데 있다. 잘려 나간 나무 그루터기의 나무테를 세는 남편과 그루터기 안에 마법의 힘을 가진 초록뱀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하는 딸아이가 바라보는 나무의 그루터기는 각자 다른 우리 인생의 모습이다.


너도 나도 다른 우리를 이렇게 품어주는 넉넉한 스웨덴의 자연이 감사하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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