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어주시는 분들 중 급작스런 퇴사 후,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께서 꾸준히 메시지 주시는데요,
비단 트위터 뿐만아니라..
다른 채널들을 통해 건강 문제로 퇴사 한 후 겪은 감정적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풀어내는 과정을 보며 공감과 위로를 받으셨기 때문이라 사려됩니다.
주시는 메시지들 일관된 부분이 정신적으로 고립되고 체력이 바닥난다라는 점인데, 일반화 할 수 없는 지점이지만, 출퇴근이라는 의무가 사라지니 하루 루틴이 쉽게 망가지고,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이 끊김으로 인해 두려움이 드실거고요.
저도 동일하게 겪은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루틴을 잡는 게 급선무라 판단하여 도서물류센터에서 소분 작업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일 시작한 후 빠르게 새벽 기상 저녁 퇴근 루틴이 잡혔고, 무엇보다도 내 일만 묵묵히 하면 되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아도 되고, 큰 책임도 따르지 않는 단순한 환경에서 평화로움을 느꼈습니다.
힘들어도 버티는 게 당연하다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아 괴롭다는 메시지, 사회적인 시선이 신경쓰인다는 분도 있었고 이대로 영영 취직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삶을 살까봐 두렵다라고 메시지 주시기도 하시죠.
자신이 가장 가치로 두는 기준대로 선택하는 게 최선이라고 늘 생각해왔어요.
부모님 기대 저버리는 게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 그 기대에 맞출 수 있게끔 노력하시는 것도 훌륭한 일이 아닐까요?
그토록 가슴아픈 건 그만큼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업에 안착하는 게 스스로를 가장 충만하게 한다면 그 또한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고요.
다만 내가 아닌 상대나 사회의 특정한 기준에 맞추려면 준비도 해야하고 별도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간혹 절박하게 메시지 주시는 경우가 있으시거든요.
하나도 부담되지 않습니다.
저도 겪은 일이니까요.
그런 분들께 늘 드리고 싶은 말은 레주메건 뭐건 다 때려치시고 우선 체력부터 회복 시키셨으면 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도서 소분 작업이 아닐지라도 루틴을 잡을 수 있는 일, 본인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단순한 작업을 하다보면 저처럼 생각치 못하게 그 일에서 뜻밖의 안정감을 느끼실 수도 있고 주변이 환기되는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 감정이, 상태가 부모님의 기댈 맞추는 것보다 혹은 주변 시선을 신경쓰는 것보다 나를 더 편안하게 한다면 그또한 본인의 최고 기준으로 삼으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틴을 잡기 위해 택했던 소분 작업 포함하여 여러가지 일들, 물론 글쓰기도 포함이고요, 시도하며 제 삶의 기준을 세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제 선택을 설득해야한다는 강박을 버렸어요.
퇴사 사유를 말하고 다니는 것도 관뒀습니다.
또한 마음 한 구석 어딘가 미련스레 남아있던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램역시 놓았습니다.
그리고 홀가분 해졌어요.
어떤 일이든... 모두를 기쁘게 하고 비위 맞추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도 단 한 명, 내가 나를 기쁘게 하고 내 비위 맞추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그게 되게 행복합니다.
2024. 11. 20
개인 채널을 통해 업로드했던 포스트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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