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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눈 Sep 12. 2021

그는 나를 발견하고 원래 큰 눈이 더 커졌다.

첫사랑을 만난다면 (6_소설)

다음 날인 토요일 오전 10시, 여느 때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내가 일하는 하는 가게는 빙수 전문 카페였는데 매장 규모가 크고 맛도 좋아서 여름이면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주말엔 평일 장사의 3배 정도 매출이 나왔다.


 정신없이 바삐 움직여야 하는데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급한 사정이 생겨 못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절부절못하시던 사장님께서는 어딘가 전화를 하시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얘들아, 다행히 평일에 일하는 친구 한 명이 도와주러 온대.”






카페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순간 입이 벌어지며 ‘엇’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안유현, 그가 들어왔다.




 순간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자연스럽게 행주로 홀에 있는 탁자를 닦았다.     

당황스러워서 인사하는 타이밍을 놓친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앗, 여름씨?” 



그는 나를 발견하고 원래 큰 눈이 더 커졌다.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오픈 시간이 되어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 우리는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바삐 움직이다가 '커피 두 잔 중 한잔은 연하게, 뜨거운 커피에 얼음 하나를 넣고, 인절미 빙수에 가루만 넣고 떡은 빼고' 등의 업무 상 해야 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한 차례 전쟁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이 조금 뜸했다. 사장님께서 여유 있을 때 얼른 점심 먹으라며 우리를 향해 손짓하셨다.     




“어제 잘 들어갔어요? 여기서 보네요. 알바 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식사로 제공된 토스트를 먹으며 그가 물었다.


     

“네. 들어오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6개월 됐어요. 평일에 일하세요?”     

“네. 평일 저녁 시간에 해요. 저는 친구 소개로 들어왔고 일한 지는 두 달 정도 됐어요.”


      

"낙하산이네요? 전 여기 시급이 좋아서 치열하게 면접 보고 들어왔는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알바를 하게 된 이유와 단골손님의 특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왜인지 계속 웃음이 나왔다.      





“유현아, 여름아. 밥 먹는 데 미안해. 손님이 많이 들어오는데 식사 다했으면 도와줄 수 있니?” 

사장님의 부름에 우리는 이야기를 멈췄다.     



 다시금 바쁘게 몸을 움직인 후, 알바 교대 시간인 4시가 되었다. 우리는 오후 아르바이트생에게 유니폼을 건네고 퇴근 준비를 했다. 나는 남자 친구와 함께 5시 연극을 보러 가기로 했기에 거울을 보며 화장을 수정했다.      



“여름씨, 일 끝나고 어디 가요?”

“네. 연극 보러 가요.”      



남자 친구에게 일이 끝났다고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을 켜니 남자 친구에게서 부재중 전화 2통과 문자가 와있었다.     

 


'여름아, 어쩌지…. 오늘도 취업 스터디가 늦게 끝나서 연극 보러 못 갈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당일 날 연극 표 취소가 안 되니 여름이 너라도 혼자 보고와. 정말 미안.'   

   


이틀 연속으로 이게 뭐야. 취업 스터디 있는 날엔 데이트 약속 잡지 말지….      

공포연극이라 혼자 보기 무서워서 고민하던 찰나, 어제 그가 연극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유현씨, 혹시 오늘 시간 있어요? 같이 연극 보러 갈래요?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서요.”

“엇, 정말요? 저는 정말 좋죠!” 그는 웃으며 흔쾌히 승낙했다.          

     






극장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이동해야 했기에 망설일 시간 없이 바로 지하철로 향했다.



다행히 연극에 늦지 않았지만 선착순 입장이었기에 우리는 무대 오른편 가장 뒷 줄에 앉았다.

극장 안의 불이 꺼지고 핀 조명이 무대를 비추었다. 배우들이 관객 몇 명을 지목하여 참여를 이끌어내는 관객 참여형 오프닝이 시작됐다. 맨 마지막 줄이라 안심하고 있었으나 연극 배우는 그를 지목했다.



그는 부끄러워하며 무대로 나가서 배우가 시키는 기본적인 액션을 취했다. 귀신 분장한 배우 손을 잡고 검은 천으로 쌓인 통 안의 물컹한 물체를 만지는 체험을 하는 그의 표정에는 새로운 것을 접하는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배우의 요구에 예의 바르게 따르는 그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연극은 호러 장르답게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장치가 많았다.

무서운 연극을 봐서 그런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보는 연극이 재밌고 신기한지 계속 맑게 웃고 있었다. 이 심장박동이 연극의 무서움에서 온 것인지 극장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의한 것인지 그에 대한 감정인지 알 길이 없었다.               





“와, 이게 연극의 매력이군요. 여름씨 덕분에 좋은 경험 했네요!” 그의 표정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재밌었다니 다행이네요. 유현씨 아까 보니 무대 체질이던데요?”



“좀 부끄럽지만 재밌었어요. 배고프네요. 혹시 돈가스 좋아해요? 맛집 아는데 같이 가요.”     

그의 제안에 우리는 근처 돈가스 집으로 향했다. 돈가스 집은 맛있는 곳으로 유명한지 대기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줄이 너무 기네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그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사람이 많은 거 보니 맛집이 분명하네요. 기다려 볼까요?”


“좋아요. 꽤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 제가 아이스크림 사 올게요. 먹으면서 기다려요, 우리.” 그는 돈가스 앞에 있는 체인점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리켰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제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전 딸기 맛이요!”


    



그는 돈가스 가게 앞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잠시 후 그가 아이스크림 콘 두 개를 들고 걸어왔다.

“아이스크림 콘으로 오랜만에 먹어요! 늘 컵으로만 먹었거든요.” 내가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며 말했다.

“혹시 콘 불편해요? 컵으로 바꿔올까요?”


“아뇨. 컵보다 훨씬 예쁘고 좋은걸요. 어릴 땐 늘 예쁘고 맛있는 콘으로 먹는 걸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흘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컵으로만 먹었어요.”

“다행이에요. 이제 계속 콘으로만 먹게 될걸요? 콘으로 먹으면 훨씬 기분이 좋거든요.” 그가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쯤 우리 차례가 되어 돈가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와, 정말 맛있네요! 줄이 길 만 한걸요? 튀김도 바삭하고 소스도 독특해요.”

“그렇죠?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네요.”     




내가 먹다 말고 돈가스 사진을 찍자 그가 물었다.

“음식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SNS에 올리는 건가요?”

“아뇨. 제일 친한 친구가 돈가스 맛집을 찾아다니거든요. 그 친구한테 보내려고 찍었어요. 그 친구랑 같이 먹은 돈가스 보여줄까요?”  


   

핸드폰으로 혜지와 함께 먹은 돈가스 사진을 보여주다 돈가스를 먹는 혜지의 사진이 나왔다.     

“얘가 그 친구예요. 같은 과 총무라서 답사 갈 때 같이 다녀요. 어제는 혜지가 아파서 혼자 갔지만요.”

“그래서 저랑 만날 수 있었던 거네요. 고마운 친구네요.”

“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얼버무렸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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