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검둥이가 고모만 쳐다봐요.
그럼, 고모가 항상 산책시켜 주니까.
고모, 검둥이 언제 산책시킬 거예요? 같이 갈래요.
우리 검둥이, 밥도 뒤로 하고 물도 안 마시고 고모만 봐, 그렇지? 폴짝폴짝. 고모 뛰면 따라 뛰어.
점프 점프.
겁 많고 어수룩하지만 점잖은 우리 검둥이.
내가 집에 가면 검둥이는 머리를 거의 땅에 박다시피 반 드러누워 애정을 갈구한다.
그러다 내가 뛰면 같이 뛰고 아무리 맛있는 걸 줘도 쓰담쓰담을 다 받고 내가 돌아서야 그제야 먹는다.
산책시켜 주는 누나, 일 년에 몇 번 못 보는데도 이름만 불러도 꼬리 살랑살랑, 다가가면 머리로 바닥을 쓸고 만져라 만져라 한다.
그럼에도 절대 치대지 않는다. 멍멍 짖거나 울부짖거나 핥거나 온몸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조용히 눈을 맞췄다가 허리만 좌우로 한껏 꺾어 꼬리 친다.
내가 가만히 옆에 서면 저도 어딘가를 응시하면서
가만히 기대선다.
나는 너의 점잖지만 소심하고 소심하지만 은근한 애정이 참 좋아.
우리 오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