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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밤 Sep 30. 2017

FTM 산호 구술생애사 [2] 첫사랑



"사춘기 때는 첫사랑이 생겨서 걔랑 놀기 바빴어요. 걔네 집에서 자고 그랬거든요. 남자 아니니까 상관없잖아요. 맨날 걔네 집에서 자고 오니까 엄마는 내가 새아빠랑 생활하는 게 힘들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난 그냥 첫사랑 집에서 자서 좋았는데. 그렇게 말할 순 없고, 속으로 혼자 ‘음, 아닌데’ 했죠. 첫사랑 집도 엄청 가난해서 우리 둘 다 알바했어요. 걔는 시내 편의점, 저는 그 건너편 일식집에서. 끝나면 맨날 걸어서 같이 집에 가고. 학교 끝나면 같이 손 잡고 걸어가고. 걔 매력이요? 공부를 잘해서 좋아했던 거 같아요. 똑똑해서. 제가 약간 똑똑한 사람 좋아하는 거 같아요. 뭔가 배울 수 있는 사람,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똑똑하고 저를 리드해줄 수 있는? 저는 그냥 와이프가 주는 용돈 받아 생활하고 싶어요. 제 월급 다 맡기고, 오만 원 주면 "어~~ 너무 적다"라고 애교 부리면서 조금 더 달라 그러고. 용돈 받아 생활하고 싶어요. 전 그런 타입인 거 같아요. 연상 누나들이 좋아요. 그리고 피부 좋은 사람!(웃음)      


보통 여자 좋아하면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저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나는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자로서 얘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레즈비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동성으로 좋아하는 거 같지는 않았어요. 이성애자여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도 친구들은 다 저를 여자라고 생각하니까... 한 번은 친구들이랑 다 깨졌어요. 우리가 사귄다고 소문이 났나 봐요. 같이 놀던 친구들이 자기들한테도 애들이 물어봐서 좀 그렇다고, 왜 너네 둘만 어울려 다니냐고. 그러면서 싸운 적 있거든요. 저는 싸우면 말 안 하는 타입이라 첫사랑만 계속 얘기하고. 그것 때문에 첫사랑이랑도 싸웠어요. 왜 너 가만히 있냐고, 나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 저는 할 말이 없었어요. 그때 한 번 싸우고 그다음부터는 연락 안 해요. 같이 놀던 여자애들이 일곱 명이었는데, 그 뒤로는 저랑 첫사랑 둘이서 놀았어요.



걔가요? 걔가… 제가 남자라고 막 얘기는 했는데 아닐걸요? 남자라고 생각 안 했을 거예요. 레즈비언이냐고요? 걘 이성애자죠. 어… 모르겠네. 내가 사귀자고 해서 사귀긴 했는데…. 내가 남자라고는 했지만 얘가 날 남자로 받아들여서 사귀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암튼 그 뒤로는 남자만 사귄 거 같더라고요. 고백은 그냥 버디버디 메신저로 ‘나랑 사귈래?’ 했죠. 그래서 좀 당황하는가 싶더니 “그럼 만나서 얘기하자” 그래서 밤에 나가서 얘기했죠. 좋아한다고. 그때 허락했던 거 같아요. 사귀자고.      


하루는 집에서 섹스하다가 우리 누나가 온 거예요. 그래서 얼른 옷 주워 입고. 문 열고. 그때 왠지는 모르겠는데 누나도 울고, 저도 무릎 꿇고 울었어요.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뒤로는 별 얘기 없었어요. 그 뒤부터 사이가 좀… (웃음) 운 건 기억이 나는데 왜 울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왜 눈물이 났을까?      


걔네 집에서도 하다가 동생한테 벗고 있는 거 걸리고 막 그랬어요. 만나면 했을 걸요. 도서관 화장실에서도 하고.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 제가 남자라고는 했는데, 몸이 남자가 아니니까. 좋은 사람 만나라고. 그래서 그때 헤어지긴 했는데 하두 오래 가까이 지내서 계속 만났거든요. 서로 다니던 대학에 놀러 가기도 하고. 근데 걔는 고민을 엄청 한 거죠. 헤어지자고 했는데 계속 친구처럼 만나니까 이게 무슨 사이인지. 그래서 연락이 안 됐던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 걔가 남자 친구가 생겼나 봐요. 이제 보지 말자고 하니까 제가 가서 빌었죠. 미안하다고. 헤어지자고 한 거, 보지 말자 그런 거 미안하다고. 밸런타인데이 때 갔는데 걔가 가라고, 자기 남자 친구 부를 거라고 그래서 막 울면서 집에 왔던 기억이 나요.   

  

헤어지는 게 낫겠다 했는데…
 말만 그랬나 봐요

헤어지자고 한 건… 지금도 좀 그런데… 잘 못해줄 것 같기도 하고, 남자도 아니고 그러니까 만나면 안 될 거 같기도 하고. 걔네 부모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걔네 엄마, 아빠를 보는데 남자도 아닌데 그 애를 만나 가지고 애를 망쳐놓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걔네 부모님이랑 그래도 잘 지냈는데. 집에 가면 얘기도 하고. 맨날 남자처럼 하고 다닌다고 걔네 엄마가 뭐라 그러긴 했어요. 되게 좀 의심스럽게. 미안한 마음이 있고 그래서 헤어지는 게 낫겠다 해서 헤어졌는데… 말만 그랬나 봐요. 그 뒤로도 계속 연락해서 친하게 지냈거든요. 걔 남자 친구랑 밥도 먹고. 그래서 걔 남자 친구도 제가 애인이라는 거 알았고. 그때 오그라드는 말도 엄청 많이 했어요. 내 첫사랑은 뭘 좋아하니까 이거 해주라고 막 써주고.(웃음) 왜 그랬을까. 이거 해주면 좋아하고. 그냥 지들끼리 사귀는 건데 마치 내 애인인 것 마냥. 하루는 첫사랑 애가 술이 많이 취해서 못 걷는 거예요. 걔 남자 친구가 되게 쬐끄맸거든요. 못 업는 거예요. 제가 업고 기숙사까지 데려다줬죠. 그러다가 제가 두 번째 여자 친구 만나면서 걔에 대한 관심이 완전 끊긴 거예요. 그래서 첫사랑한테 연락 와도 씹고 그냥 안 만났어요.



두 번째 애인은 귀엽고 피부가 좋았어요. 대학에서 만난 누나에요. 대학 가면 나이가 다 갈리잖아요. 전 다 형, 누나라 불렀어요. 그러니까 다들 남자인가 보다, 아니면 특이한 여자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겠죠. 누나가 인천 살았는데, 인천에서 같이 술 마시다가 뽀뽀하고 사귀자 그랬거든요. 누나는 정확히 대답을 안 하죠. 나 혼자 엄청 좋아하고 그랬어요. 같이 다니니까 둘이 사귀는 거냐고 많이 물어보고. 여자 친구는 가만히 있죠. 아니라면서. 누나가 애매하게 그래도 그때는 만나는 게 좋았으니까 별 상관없었어요. 맨날 수업 빠지고 같이 자느라. 누나가 이모집에 살았는데 이모가 아파서 병원 가있을 때가 있었어요. 집 비었을 때 같이 수업도 안 나가고 그랬어요. 한 1년 반 정도 사귀었는데 나중에 취직하고 나서 사귀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누나 동생 사이지~” 막 이러면서(웃음). 누나도 혼란스러웠겠죠. 좋아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좋아한다고는 했었는데…그 얘기 듣고 그냥 더 가면 안 되겠다 해서 연락 안 했어요. 나중에 회사 남자 만나더라고요.


맨날 이게 반복이 되니까 사귀는 거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만나도 어차피 헤어지게 될 걸. 그게 계속 반복이 되니까. 어차피 결혼을 할 수 없으니까. 결혼한 FTM도 있긴 하죠.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호적상 남자이긴 남자인데 아이를 가질 수도 없고, 약간 불안한 감이 그래도 있긴 있을 걸요? 연애야 다 하는 거니까 하지만, 막상 결혼 상대가 되면…. 결혼 하면 좋긴 좋겠죠. 근데 또 그 집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줘야 하는 거니까. 완전히 비밀로 하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성기 수술까지만 하면 가족들이랑 찜질방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병원에서는 풀발기로 된다고 하던데(웃음) . 근데 부작용 많다는 소리도 많고… 모르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고아를 만나고 싶어요.(웃음) 그럼 결혼할 수 있을 거 같아. 결혼은 가족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거야 마음만 맞으면 서로 하는 건데, 결혼은 부모님이 맞아야 하는 거니까. 재력이나 이런 거."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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