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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티켓, 좋기만 할 리가

콘서트 절반만 본 사연

by 봄날의 봄동이

TMI지만 나는 가수 이승윤의 팬이다. 홍콩에서 지내던 어느 날, 무심코 웹서핑을 하다 한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몰랐던 이승윤의 신규 앨범 발매와 전국 콘서트 소식을 보게 되었다. 너무 가고 싶었지만 딱히 한국 들어갈 일정과 맞지 않아서 아쉽지만 못가겠다 생각하다가 신곡 캐논을 듣고 너무 좋아서(틈새 홍보) 이걸 라이브로 꼭 듣고 싶다는 생각에 즉흥으로 스탭 티켓을 끊어 주말 동안 다녀오기로 했다. 공항과 가장 가까운 송도 컨벤시아 공연으로 가서 연차 없이 딱 콘서트만 갔다 오는 일정으로 스탭 티켓의 특권을 누려 보기로 했다.


금요일 퇴근 후, 토요일 저녁 콘서트 티켓과 혈육을 통해 스탭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그 노선에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는 모 외항사 하나였는데, 홍콩-인천 노선은 주말에 만석인 경우가 많아 오프로드될 위험이 높았지만 나 하나 정도는 어떻게 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긍정 회로를 돌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시간 맞춰 공항에 가 보니 정말 오프로드가 되어 원래 타려던 시간대는 타지 못했고 대신 그다음 오후 비행기는 자리가 있어 그렇게라도 가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내려서 모든 과정을 초스피드로 달려 해결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송도 컨벤시아로 향했다. 이미 콘서트 시작 시간은 꽤 지나버렸고 입장을 시켜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방법도 없으니 일단 가 보았다. 다행히 늦게라도 입장은 가능했고 기적처럼 내가 콘서트장에 들어서자 마자 곧 어떤 노래가 끝나고 그다음 곡이 내가 라이브로 듣고 싶어 찾아갔던 캐논이었다. 비록 콘서트는 절반 정도밖에 못 봤지만 가장 듣고 싶어 했던 곡 1, 2순위는 다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승윤 - 캐논
이승윤 -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팬심 홍보. 문제 시 빛삭ㅋ)


이 외에도 스텝 티켓은 유사시에 일반 승객 다음 순위가 되기 때문에 기내식 선택권이 부족하면 어떤 비행에서는 스탭에게는 아예 묻지 않고 남은 종류를 갖다주기도 하고, 승객이 자리가 불편하다고 하면 스탭을 골라내어 자리를 바꿔주게 하기도 한다. 한번은 홍콩에서 인천으로 연휴에 들어오던 때, 극성수기인데 운이 좋게도 자리가 나서 타기는 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승무원이 오더니 '스탭이지? 자리 좀 저기랑 바꿔줘'하는 것이었다. 스탭으로 타면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무슨 일인데?'하니 '승객이 자리가 불편하다는데 우리가 이미 다 정리하긴 했어~' 뭐 그러길래 대충 뭔가 자리에 모니터가 고장나거나 했겠거니 생각하고 흔쾌히 일어나 바꿔주었는데, 새 자리에 앉자 스멀스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누군가 아마 토를 한 것 같은데 치웠다고는 하나 그 냄새가 사라지지는 않았고, 스탭으로 보이는 다른 두 명도 이미 그 줄의 다른 자리로 옮겨가 있었다.


하 처음부터 말이라도 제대로 하던지 완전히 속았다. 하긴 그렇다고 한들 초성수기에 만석으로 겨우 탄 걸 나도 뻔히 아는 이 비행기에서 텨봐야 별다른 수도 없고, 돌아올 때도 스탭 티켓으로 예약되어 있어 협조 안 해줬다간 앞으로 탈 때도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스탭 티켓은 달콤하지만 때로는 서러운 애증의 혜택이랄까. 뭐든 내 돈으로 제값 내고 이용하는 게 최고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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