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과함께하는강의후기

by Nut Cracker

동료 교육활동가의 꿈, 올해에는 이뤄볼 수 있을까?

요즘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에서 함께 교육활동을 다니고 있다.

강사양성과정을 듣고 성평등 교육 활동가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귀에 인이 박히게 듣고 또 스스로도 계속 체감 했던 게 동료의 필요성이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종이 그렇듯, 강사도 대개 혼자서 교육을 나가고 혼자서 강의하고 혼자서 피드백하다보니 자신의 생각에 갇히기도 쉽고 교육 내용도 답보한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또 다짜고짜 주변 선생님들과 함께 하자고 붙잡기도 어색하고 주요 강의 대상이나 의제가 다른 경우도 많아서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매번 상상 속 동료를 떠올리며 혼자 글로 피드백 하고 벼르고만 있었는데, 최근 남함페에서 함께 활동하는 선생님들과 같이 강의를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생겼다.


일단 동료가 있어 가장 좋은 건 느슨했던 교육 활동에 긴장감을 준다는 것이다.

만 3년 정도 교육을 하면서 어느 정도 교육 내용과 환경이 익숙해졌고 처음처럼 떠는 일도 많지 않다. 그만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참여자를 만난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강의 준비가 미흡해지는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때 다른 교육 활동가 선생님이 같이 하면 혼자서 수습하고 넘어가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실히 더 긴장감이 생긴다. 당연히 강의 내용도 훨씬 풍부해진다. 내가 보지 못했던 콘텐츠, 인터넷 밈, 청소년 문화 같은 것들을 같이 이야기 나누며 강의안과 강의 내용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요 1년 혼자서 머리싸매서 고민한 것보다 이 팀과 함께 했을 때 훨씬 더 다양한 강의안을 만든 것 같다. 당연히 참여자들에게도 좋다. 혼자 교육 환경에 들어갔을 때, 못해도 10명이 넘는 참여자를 혼자서 다 컨트롤 하기란 너무 어려워서 참여형 프로그램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협력강사가 있다고 생각하니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다. 내가 미처 관심을 주지 못한 참여자가 있거나 빠뜨린 내용이 있을 때도 협력강사가 체크하고 보완하는 게 가능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외롭지 않다. 강의가 끝나고 이번 강의가 어땠는지 피드백도 피드백이지만, 헛헛한 마음, 자괴감 같은 것들이 따라올 때가 있는데, 동료 강사들과 함께 나누면 무거운 마음을 다음에 쓸 동력 정도만 잘 남겨두고 나머지는 훌훌 털어보낼 수 있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아 다 주먹구구지만 그래도 나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냥 개인적으로 들어온 강의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협력강사비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도 허다했고, 강의 수급도 불안정하다. 그래도 강의의뢰 시스템과 소속 활동가 리스트, 자체 개발한 강의안 같은 것들을 만들고 홍보하면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또 비단 강의 실행에만 힘쓰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교육 활동가 생활을 위한 시스템도 만들어보고 싶다. 예컨대,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시스템을 만들어서, 소속 강사 강사비 지급이 늦어지거나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같이 나가서 항의하는 시스템. 그리고 세상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자체적으로 강의 기회를 열어서 활동가들이 이곳에서 점차 역량을 쌓아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재작년 이맘때 쯤, 내가 계속 교육 활동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걱정으로 가득했던 글을 봤다.

그래도 주변에서 잘 이끌어준 덕분에 한 해 한 해 잘 버틸 수 있었다. 새 해도 됐고 나이도 먹었고 나도 어디가서 세뱃돈 받기 보다는 줄 나이니까, 이제는 조금씩 은혜 갚는 까치마냥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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