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2023.1.21. 한국일보 젠더살롱

by Nut Cracker

이번 젠더살롱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입니다.


글에도 썼지만, 여자, 남자 학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여자 학교에서는 흔한 스킨십이, 남자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게 단지 스킨십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남자 청소년 사이를 오가는 대화에도 동성애를 혐오하는 말들이 너무 많이, 너무 쉽게 녹아져 있어 때로 일종의 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마냥 개인적인 경험만은 아닙니다. 한국리서치의 '성소수자에 대한 감정'을 물어본 조사에서도 동년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유달리 더 적대적인 감정을 보입니다.


'그런 말 하지마!'라고 꾸중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기제를 이야기하면서, 더 많은 사랑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래 원문 일부와 링크를 남깁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동성이기에 우정으로 넘겼던 사랑, 이성이기에 사랑으로 착각한 순간."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이 떠돌았던 말이다. 나 역시도 이성에게 느꼈던 좋은 우정의 감정을, 이성이기에 사랑으로 착각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동성이기에 우정으로 넘겼던 사랑은? 사실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철저히 이성애자로 태어나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남성문화 속에서 자라며 동성과의 사랑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오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형'은 방송인 홍석천씨를 수식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비틀어 표현하여 사회의 편견과 금기를 뛰어넘는 홍석천씨의 개그코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이는 유쾌하지만 결코 간단하거나 쉽지 않다. 이 웃음의 결정적인 포인트는 동성애자를 향한 사회적 통념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주체로 나서는 홍석천씨의 삶의 맥락을 통해 만들어지기에, 아무나 함부로 쓸 수 없다. ... 홍석천씨가 주변 남성을 향해 '플러팅'할 때면 우락부락한 남성도, 나이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성도 어색하고 낯설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인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데 기뻐하기는커녕 왜 이렇게 난처해하고 두려워할까? 비단 이런 경험이 생소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 학교에서 남자 청소년이 토닥거릴 때면 '게이냐!'는 말이 곧잘 튀어나온다. 자신의 외모에 관심 갖거나 소심한 모습을 보일 때, 어쩌다 손등이 스치거나 심지어 친구에게 걱정 어린 안부를 물을 때조차도 고맙다는 말 대신 '게이냐'는 물음 아닌 물음이 불쑥 튀어나온다 ... 남자답지 않음과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 심지어는 그저 사랑일 뿐인 어떤 사랑의 한 형태도 남성연대에서는 처벌의 대상이 되고, 그 위계질서에서 나락에 떨어지는 이유 아닌 이유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그 자체로 누군가를 소외, 폭력의 대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비단 일부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거의 모든 남성들은 자신이 그와 무관함을 증명하기 위해 스킨십이나 애정표현하는 것을 과장되게 싫어하도록 만들어진다. 그 안에서 어떤 남성들은 자신의 다양한 욕구와 사랑의 모습을 탐구할 겨를도 없이 성급히 자신을 이성애자로 간주하며 다른 상상력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그렇게 거세된 감정이 타인을 향해 쉬이 뻗어 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 남자들의 우정에 '사랑'의 이름을 붙인다고 모든 우정이 사랑이 되고 모든 사랑이 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라고 외친다. 그것은 우정과 사랑이 하나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애써 분리하고자 하는 마음 한편에 성애에 대한 철저한 구분으로 타인을 배제하고 심지어 자신의 마음마저 속이는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문 남자들의 우정에 감정적 교류와 돌봄이라는 단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기에 사랑만큼 멋진 말이 또 없다.


- 원문링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9135400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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