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한의 백수생활_백수기 #3 (2019.02.06.)
1.
백수의 시간에 가장 큰 난관은 불안과 싸우는 일이다.
이러다 굶어 뒤지면 어쩌지 하는 근본적인 불안부터
사회에서 도태되어 영영 잉여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다차원적인 불안까지.
매슬로우의 다섯 욕구단계 별로 각종 불안에 고통 받는다.
가장 최근 인상 깊은 불안은 병든 몸으로 나타났다.
운 좋게 몇 가지 일들이 순차적으로 잘 풀렸고 발맞춰 열심히 페달만 밟으면 되는데 그 찰나 갑작스레 몸 져 누웠다. 열심히 일하다 앓으면 뿌듯이라도 하겠으나 시작도 전에 끙끙대는 꼴이 우스웠다. 종일 이불을 부여잡고 한 줌 쥔 일들이 바스러지는 꿈을 꿨다.
대학 시절을 장악하던 불안은 방향과 의미를 좇는 일이었다.
좀처럼 알 수 없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4년이라는 시간 안에 찾아야만 할 것 같았다. 활시위는 제멋대로 팽팽해졌고 여전히 과녁은 보이지 않았다. 손끝이 떨어져 나가려 할 때 쯤, 길을 잃고 날아간 화살이 내 뒤통수를 향하진 않을까 불안에 떨었다.
중고교 시절 불안은 벗이었다.
앓을 일도 떨 일도 많았으니, 그저 매 순간 순간이 위기-절정 그 어드메였다.
호르몬과 국내 교육환경은 좋은 촉매가 되어 사람을 한결 더 비관적이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시간에 대한 강박은 이맘때 쯤 완성됐다.
그 외에도 다종다양한 불안이 생생하다.
갖고 놀라고 사준 공을 잃어버릴까 무서워 밖에 들고 나가지 조차 못했고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던 놈이 무인도에 떨어질까 두려워 생존법을 외웠다.
불이 날까, 누전이 될까, 혹 도둑이 들지는 않을까 밤에 잠 못 이루고 거실로 나다닌 것도 수차례였다. 굳이 이런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아니더라도 그저 문득 고요함마저 불안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TV라도 켜놓아야 안심이 됐다.
2.
그렇게 불안은 켜켜이 쌓여 나를 만들었다.
어느 땐 이것이 냉장고의 성애 마냥 거슬렸다.
여유, 즐거움 같은 것들의 공간을 차지하고 조금씩 옥죄어 숨 막히게 했다.
때론 굳은살 같기도 했다. 세상의 모진 풍파에 맞서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덜 아프게 하는데 일조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3.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불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뻔할 불안의 길을
대체 어떻게 덜 겁먹은 척 갈 수 있을까.
이제야 겨우 물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