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7_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성인지감수성_강의후기

by Nut Cracker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이하 청활지) <사회생활연습실 : 실수해도 괜찮아> 프로그램 강사, 운영자, 촉진자를 대상으로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진행했다.


청활지 사회혁신활동가 양성과정으로 사회생활에 입문한터라 감회가 새로웠다. 내게 청활지는 미숙하고 겁 많은 사회초년생에게 존중 받고 존중하는 것을 가르쳐준 곳이고 난생 처음 남자 어른이 내게 이한님으로 호칭하며 먼저 의견을 물어봐준 남다른 곳이다. 지금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도 다분히 청활지 덕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받았던 만큼, 다는 못해도 다른 청년들이 비슷한 경험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강의를 준비했다.


요새 잘 활용하는 강의 도입부는 의도치 않고 인지하지 못했으나 특권으로 인해 발생한 차별, 갈등 사례다. 예를 들어서, “오늘 화장 잘 먹었네요?”같은 말. 물론 이제 저런 외모 지적 발언 정도는 당연히 안하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조금만 밖을 나가도 비슷한 류의 이야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김지혜 선생님의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나온 “특권”개념을 활용해서 해당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우리 주변의 특권을 발견하고 공유한다. 예를 들어, “불법촬영 걱정 없이 마음 편히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와 같은 특권. 이번 활동에서 나온 특권으로 정규직, 논베지테리언, 대학생, 비장애인, 경제적 특권, 국적 등을 구체적 사례로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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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진행했다.

내가 청년 연구자, 전문가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청년을 규정 짓는 게 한편으로 “청년”이라는 제멋대로 호명되는 기호에 또 하나의 무의미한 편견을 덧붙이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그러나 성평등 교육 활동가로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왕 오염된 청년 개념에 “성평등한 사회로 변화 의지를 담은 세대”라는 메시지를 작게 던지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며 조금만 찔려하기로 했다.



이 부분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교육 내용은 서밤의 “모르는 상태와 모르는 게 괜찮은 상태는 같지 않다”는 지적과 뒷 부분 구체적 사례를 활용한 부분이다. 성인지감수성 교육은 모르는 것을 질타하려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괜찮은 상태가 아님을 지적하며 알고자 나아가자는 제안임을 이야기했을 때, 일부 참여자 마음에 세워진 저항의 벽을 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나의 성인지감수성 점검하기” 파트에서 ‘성’과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오해를 함께 읽어보고 참여자 생각을 물었다. 이 내용은 대상에 따라 조금씩 변용하여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특히 하나의 슬라이드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고 참여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어서 “성인지적 관점으로 청년과 마주하기” 파트에서는 성인지적 관점으로 어떤 자세, 표현, 태도를 유의해야 하는지 구체적 사례로 이야기 나눴다. 이 부분에서는 사고를 넓혀서 모든 감수성을 아우르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청년 대상 행사에서 베지테리언을 고려하는 감수성, 이를 고려하기 위해 다과로 무엇을 준비하는 게 좋은지. 자칫 사소하다고 여겨져 간과하기 쉽지만 꼭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



세 번째는 성평등한 공동체, 활동문화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본격적인 참여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청정넷, 남함페 등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공동체가 성평등하고 안전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나름대로 생각한 필수 요소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사회문화적 조건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문화, 상호 존대하는 언어습관, 위치성을 성찰하는 태도 등 이러한 사회문화 조건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야기 했다.
둘째 약속문, 내규, 교육, 소통창구 등으로 이야기 되는 시스템과 구조다. 역시 이를 구축하는 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야기했다. 개중 하나만 소개하면 남함페는 “사례보고서”를 만든다. 원래 청활지에서 하는 건데 너무 좋은 것 같아 제멋대로 개조해서 따라하기 시작했다. 남함페 사례보고서는 문제, 사고 등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와 밀접한 관계자들, 그리고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작성한다. 사건을 어떻게 접했고 어떻게 인식했으며 그래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최대한 면밀하게 시간순으로 작성하면서 구성원과 함께 공유한다. 딱히 답이 나오는 작업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이 해당 사건을 어떻게 인식했고 이후 어떤 판단으로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은 다분히 주관적으로 사건을 인식하고 판단하여 행동한다. 이 작업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시야와 공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사례보고서를 통해 하나의 사건을 그저 개인의 경험으로만 두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경험으로 축적할 수 있다. 이는 공동체의 지혜가 된다.
셋째, 결국 이 모든 것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교육도 제도도 문제도 사람에서 시작 돼서 사람에서 끝난다. 행동하는 참여자, 동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며 교육 참여자들이 함께 실천해주기를 부탁했다.



백 번 앉아서 교육 듣는 것 보다 참여하고 실습하는 활동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선배 강사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참여형 프로그램이 속속이 들어가 있다. 최근 폭력예방교육은 목격자 중심 교육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이 어떤 상황을 특권이라 여기고 불편해 하는지 살펴보면서 목격자를 양성하고자 했다. 이어서 불편한 상황에서 표현/대처법을 공유하면서 목격자가 해당 상황을 더 확실히,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앞서 나온 상황에서 자신이 목격자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할지 상상하게 했다. 문제 상황에서 피해자 혼자 대처하기보다 주변 목격자,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함을 반복해서 강조, 설명했다. 혹시나 이 부분을 잘못 설명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될까봐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세 번째 목격자의 적극적인 개입 부분에서 의견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실제 목격자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도 있고 온라인 참여의 특성상 혼자 고민하고 의견을 내야 하며 자신의 의견이 온라인 상에 기록된다는 부담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또 온라인 프리젠테이션 특성상 하나의 화면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어 위 활동을 세 개의 분절된 화면으로 나눈것도 참여자가 해당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운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프라인이면 위 활동을 하나의 활동지로 제작하고 팀원을 구성하여 진행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온라인 참여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

첫째로 파워포인트가 아닌 구글프리젠테이션을 활용했다.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과의 호환만 고려하더라도 훨씬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나아가 워크숍 형태로 진행할 때에 구글 프리젠테이션의 링크공유 기능을 활용하면 실시간, 익명으로 공동작업을 할 수 있어 훨씬 유용하다. 게다가 수업 전에 줌 활용법에 대해 배우면서 ‘주석작성’ 기능을 배웠다. 내가 공유한 화면 위에 회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기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실제 자신의 의견을 화면에 포스트잇 붙이듯 할 수 있었다. 번거롭게 화면전환을 해서 참여자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온라인 교육이 여전히 낯설고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과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일 수 있다. 일단은 최선을 다해야지.



매번 강의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록해두는데 이번에는 그게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글로, 기억으로 잘 남겨 둬야지. 정말 간만에 뿌듯함과 즐거움이 더 크게 남는 강의였다. 느려도 조금씩 천천히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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