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시 강의후기
201007_함께 활동하는 성미산마을을 위한 성평등한 마을만들기 1차시_강의후기
2020년 10월 7일, 14일 2회차에 걸쳐 <함께 활동하는 성미산마을을 위한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 성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 활동문화 만들기> 강의를 진행했다. 애초 약속문 만드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일단 해당 강의를 듣는 구성원이 한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마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섞여 있는 만큼, 지금 약속문을 만드는 것보다는 안전한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조건과 내용 이해를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참여형 프로그램이 들어간 강의로 대체했다.
도입 전
이제 강의 도입이 한결 매끄러워졌다. 이전에는 그전까지 엄청 어색해하다가 아주 시~작! 하면 바로 강의에 들어가기 급급했는데 조금은 여유가 생겨서 강의 전, 대상과의 접점을 능글맞게 이야기했다. 심지어 성미산 마을은 현재 주거하고 있고 나름 애정도 있는지라 도입이 한결 수월했다. 확실히 바로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호감을 사는 시작이 되는 것 같다. 특히 강의 대상의 연령대가 나보다 훨씬 높을 때, 이런 식의 도입이 도움이 많이 된다.
약속문을 읽고 강의 목차를 대략적으로 설명한다. 이후 학습 목표를 넣었다. 많은 강사 선배와 교육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학습 목표를 꼭 넣으라고 해서 넣었는데 아직도 그 효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강의를 들을 때 학습 목표를 눈여겨 보았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지향점을 미리 알려주는 게 참여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거겠지 생각하고 추가했다. 이후 강사소개가 이어진다. 아직 강사 소개가 밋밋하다. 학생 참여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강사 소개에 친근감을 더하기 위해 MBTI, 고양이 집사, 왼손잡이 같은 걸 넣을 때도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친근감보다는 전문성을 더해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럼 무엇을 넣어야 전문성이 느껴질까? 이건 너무 과한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
도입 - 성인지감수성, 문 두드리기
이제 거의 달달 외운 도입이다. 특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특권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하여 누리게 된 온갖 혜택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한 상태.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전달한다. 다들 활동가 베이스가 있는 분들이라 이 부분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초반에 너무 긴장한 탓에 이야기를 빠르게 했더니 시간이 너무 남았다. 좀 더 여유가 있었으면, 참여자와 위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묻고 답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개 - 성인지적 관점으로 동행하기
청년세대의 높아지는 성인지감수성을 보여주면서, 세상이 변하고 있고 이런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살아가기 위해 성인지감수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에 서밤님의 만화로 ‘모르는 것과 모르는 게 괜찮은 것’은 같지 않다는 내용이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이어서 성인지감수성을 설명한다. 나름 최신 트렌트로 졸업사진으로 ‘관짝소년단’을 패러디 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던 사례를 들었다.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게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이 사진을 알것이라고 생각해서 설명을 안하고 넘어가 버렸다. 다음부턴 그런 일 없이 강의에 쓰이는 사진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설명을 해야겠다.
2차시에서 했던 관짝소년단 설명을 미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들을 질타하기 보다 성인지감수성을 가진 태도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식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 이들이 인종차별의 악의적 의도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 공감하며 시작한다. 다만 성인지감수성을 가진다는 것은 의도치 않더라도 어떤 말/행동(블랙페이스)이 사회적 맥락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혐오나 차별의 대안을 발견하는 것. 예를 들어, 굳이 블랙페이스를 하지 않더라도 정성스레 만든 복장과 소품만으로도 이들은 충분히 그 의도와 목적을 다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이야기 했다.
동행을 위한 한걸음으로 ‘나의 성인지감수성을 점검’하는 활동이다.
대체로 반복되는 포멧에 대상에 따라 조금씩만 질문 양식을 바꿔서 참여자에게 읽도록 하고 의견을 묻는다. 이번 대상은 양육자가 많은 만큼 “집에 치약의 재고,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등을 알고 있다”는 질문을 넣었다. 이건 지난번 어느 회식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가사노동을 분담한다는 남성들 중에서 실제로는 몇 가지 업무를 겉치레로 분담하고 있을 뿐 그것을 총괄하는 것은 여전히 여성의 몫일 때가 많다는 지인의 분노를 반영했다.
또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남의 생물학적 차이는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대해서 전면 부정하기 보다 몇 가지 연구 사례를 들려주는 것으로 갈음한다. 첫째 사례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것, 둘째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가 실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수학실험 사례. 그리고 살짝 뇌의 가소성 이야기도 하고 최근에는 성차별이 심한 나라일 수록 여/남의 신체적 격차가 크다는 설명도 한다. 뭔가 연구 얘기를 하면 좀 더 전문적이고 이야기 형식이라 기억에도 오래 남으며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다음은 성인지적 관점으로 활동하기
구체적인 활동사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존대하기, 00님으로 부르기 ‘여/남자가’와 같은 굳이 성별 지칭되는 말 하지 않기 등. 넘나 사소하면서도 은근 짜증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좀 더 참신하고 그럴싸한 것으로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겠다.
참여 - 성인지감수성 함께 점검하기
스브스뉴스 특권걷기 영상을 보고 난 후, 특권에 대해 참여형으로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다.
먼저 우리사회에 어떤 권력구조가 있는지 살펴봤다. 예를 들어 정규직/비정규직, 비채식인/채식인 등. 이를 통해 우리사회에 어떤 권력구조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참여자가 소수자에 대한 개념을 헷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요즘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질타받기 쉽고 실제로 먹을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것인가? 소수자와 혐오표현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유사한 형태의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이에 대해서, 홍성수 교수님의 ‘혐오’에 대한 이야기로 소수자와 차별받는 위치를 설명했다. 잘 전달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이어서 특권찾기를 했다.
상대적으로 특권적 위치에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특권은 무엇이 있을까?
택시를 타는 것, 계단 있는 식당을 불편함 없이 고를 수 있는 것, 밤 늦게에도 거리낌 없이 다닐 수 있는 것 등이 나왔다. 확실히 활동 베이스가 있는 분들이 많은지라 이에 대해 많은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좀 더 전문성을 보여주려면 대상에 맞게 더 다양한 사례들을 많이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특권적 위치라고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사례들, 예를 들어서 대학생과 비진학청년, 수도권 거주자와 비수도권 거주자, 또 뭐가 있을까나. 특권도 좀 더 생각 못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사례를 더 넣어봐야지..
그리고 이후, 권력구조, 특권, 차별을 발견하며 드는 생각을 공유했다.
이게 단순히 ‘안타깝다’나 ‘도와야겠다’ 혹은 ‘다 힘들구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다른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로 이어져야 한다.
마지막
마지막이 조금 조급하게 끝났다. 그래도 한 문장으로 소감을 정리하는 것 정도는 해야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데 그거라도 억지로라도 할 걸 아쉽다. 시간을 딱 맞춰 끝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 막상 세상에 그렇게 잘 끝내주는 강사님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참 이상한 강박이다. 그래도 시간 분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는 너무 시간이 남아서 당황스러웠고 뒤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당황스러웠다. 숙련도의 차이일까. 강의 하나당 시간 배분을 어느정도 하는지 좀 더 점검해봐야겠다.
일단 1주차 강의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래도 성미산 마을에서 활동가 십여명을 대상으로 강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게 좋았다. 다음은 2주차 강의 후기를 남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