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센터 오랑 성인지감수성 교육 후기

by Nut Cracker

서울청년센터 오랑 매니저 대상으로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했다.

교육 참여자가 청년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다가 진짜 오랜만에 잡힌 오프라인 교육이라 엄청 기대하고 어제부터 강의안을 꼼꼼히 숙지했다. 괜히 친근하고 실제로 낯익은 얼굴들도 있어 강의가 한결 수월했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자 말 전달 속도에도 신경 쓸 수 있고 강단을 좀 더 자연스럽게 오가며 참여자와 소통할 수 있었다. 시간도 3시간으로 넉넉해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강의안도 특권부터 성인지감수성, 성평등 공동체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전체로 다 넣은 것 같다.


일단 앞부분은 특권 개념을 통해 청년활동에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지 않다보니 이 부분에서 참여 활동도 좀더 꼼꼼히 설명하고 참여자도 이미 어느 정도 개념을 알고 있어 수월하게 진행했다. 특히 특권적 위치와 차별적 위치를 찾아보고 우리사회에 특권이 어떤 게 있을지 찾아보는 작업을 하며, ‘상호교차성’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특권 얘기를 하면, 자신은 항상 차별적 위치에만 있을 것이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분명 사람과 상황에 따라 차별하는 위치에도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위치성을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후 참여자들과 자신이 발견한 특권을 공유하게끔 했다. 공간을 오가며 참여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점이 인상 깊은지 확인할수 있었다.


또한 참여활동을 정리하면서, ‘특권찾기’가 결국 모두가 힘들다는 얘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르게 힘들도록 만든 이 사회적 구조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자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전 강의안을 돌아보니, 활동을 개진해놓고 수습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꼭 이렇게 활동의 의미를 되짚는 작업을 해야지.


두 번째는 청년세대와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이해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제 성인지감수성을 이야기하면서 관짝소년단 사진을 설명하는 부분이 그래도 많이 연결성 있게 넘어간다. 특히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나의 성인지감수성을 점검하고 성인지적 관점으로 청년활동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참여자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대목인 것 같다. 더 많이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또 시간 배분을 고려하면 지금 분량이 적절한 것 같기도 하고. 활동지를 준다면 좀 더 좋을까? 고민이다. 이어서 두 번째 시간도 마무리 멘트를 넣었다. 아무래도 성인지감수성을 이야기하면서 막막하고 어려울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태도라고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10분 쉬는 시간을 가지고 성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 활동문화 만들기로 넘어갔다.

왜 성평등 공동체와 활동문화가 중요한지 강조하고, 기존 폭력예방교육의 한계에서 출발한 목격자 중심 교육을 이야기했다. 이건 내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권김현영 선생님이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했던 이야기 클립을 보여주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심지어 2분짜리로 영상이 짧고 재미있게 끝나서 쉬는 시간이 끝나고 환기하기에 딱 적절하다.


그리고 이어서, 이 활동이 ‘회복적 정의’를 구현하기에 꼭 필요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문화적 조건과 시스템, 구조를 살펴봤다. 사회문화적 조건을 설명하는 게 좀 심심한가 고민했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이 부분도 좀 더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이며 수평적인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전달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성평등 동반자가 되기 위한 실천법을 진행했다. 이제는 이 부분이 조금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특히 불편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에, 목격자로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많이들 어려워한다. 이 때, 내가 했던 개입 예시를 들려주면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조력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사실 이 내용이 제일 핵심인데, 뭔가 너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내 사례를 활용하여 방관자로 남지 말고 피해자를 고립되게 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강조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이 네 단계를 포스트잇이 아닌 좀 더 체계적이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활동지를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고, 팀별로 진행해서 팀원 내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도 좋겠다. 근데 내부에서 공유했다가 혹 예상치 못한 내용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 때문에 쉽지 않다.


마무리는 성평등 동반자로 참여자에게 당부하는 말을 세 가지로 준비했다. 성북에서 했던 강의에서 업데이트된 내용이다. 첫째는 ‘냉소, 외면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하기’ 둘째,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함께하기’, 셋째, ‘가끔은 멀리 내다보기’ 강의를 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이 파트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참여자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이 파트에서 참여자간 다짐 같은 것을 하나씩 공유하고 넘어가도 좋겠다.


예상했던 시간을 딱 맞춰서 강의가 끝났고 마무리에는 강의를 들으며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정리했다. 참여자 기억에 하나라도 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했고, 어떤 것을 인상깊게 들었는지 반영하고자 함이다. 이 포스트잇을 수거해 왔어야 하는데 못한게 아쉽다. 그래도 강의평가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하니 그걸 보면 되겠지.


많은 참여자들이 청년센터 매니저로 활동하며 참여자와의 관계에서 마찰, 갈등을 우려하고 있었다. 분명 어떻게든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감추기보다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하고 싶었다. 실무자의 부담을 줄이고 공동체의 몫으로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도록. 물론 일선의 실무진들만 대상으로 한 강의라 이게 온전히 반영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내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씨앗 정도는 뿌렸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정말정말 오랜만에 즐겁고 보람된 강의였다. 오늘은 발 뻗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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