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뭘까

by Nut Cracker


성인지감수성 교육이 끝나고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왜 때문일까 그렇게 저항이 강한 편도 아니었고 시간에 좀 쫓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다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만 생각해보면, 교육이 일종의 자기계발 정도로 이야기 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든다. 친구 말마따나, 페미니즘을 여러 도구 중 하나로 쥐어주는 느낌. 성인지감수성은 더 하면 좋고 덜 해도 그만인 교양일뿐인가.


어떤 교육 참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어떤 내용엔 고개를 갸웃하며 그건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내색을 한다. 드물지 않다. 어떤 전문성은 너무나 쉽게 의심 받고 끝도 없이 증명을 요구 받으니까. 그저 내 강의안의 논리구조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문제라면 강의내용을 보충해서 해결할 수 있겠으나 대개 참여자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정보 편향의 문제일 때가 많다. 예컨대, 강의에서 이야기 되는 성차별과 혐오문제 개선 필요에는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페미니즘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여가부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할 때, 도저히 넘지 못할 두터운 벽을 느낀다.


교육이 활동이라면, 페미니즘이 우리사회에 발생하는 성차별과 폭력, 착취, 억압을 종식시키기 위한 운동이라면,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고 논의를 통해 최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해야 할텐데, 이게 잘 안된다. 많은 경우 시간이 부족하고 설령 시간을 쪼개어 쓴다고 하더라도, 이미 참여자는 그저 의견이 다를 뿐이라고 단정짓고 더 논의하는 것, 교육자의 개입을 불편하게 느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참여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권력 차이를 고려한다면 다른 의견에 대응하는 게 망설여진다. 그런데 권력이 그렇게 단순히 위치에서만 발생하고 그칠까? 현재 발생한 권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그 상태로 누군가는 할 수 있는 말, 누군가는 해선 안되는 말을 결정 짓는데 그칠 게 아니라, 교육자의 태도와 말투, 교육방법 등으로 현재 위치에서 발생하는 권위적인 위계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나아가 나 역시, 그 상황에서 저항이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염려하고 회피하기 보다, 더 정면으로 맞서야 했던 것은 아닐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이야기 하면서, 충분히 설명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했어야 하지 않을까. 단지 저항하는 그 참여자 때문이 아니라, 그 주변의 성평등을 그저 교양이나 취향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주저하지 않고 확실하게 이야기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교육의 한계로 치부하고, 그저 씨라도 뿌렸으니 됐다고 자위하며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그보다는 교육이 좀 더 확실하게 구성원에게 성평등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자 개인의 노력으로 그칠 게 아닌, 공동체가 이 교육과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실한 메세지가 지속적으로 발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 교육을 그저 하나의 교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교육 안팎으로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 될테니까.


되새기자, 성인지감수성은 교양도, 취향도, 분위기를 더하는 감초도 아니다.

마냥 손쉽게 교육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서비스를 제공하듯 늘상 하하호호 웃으며 전달하려는 강박도 버리자. 조금 더 결연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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