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연애 이야기

by Nut Cracker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62호 기고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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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연애 이야기]




여러분, 연애 잘 하고 있나요?


‘뜬금없이 왜 뼈 때리냐’ ‘연인이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오늘 주제가 바로 연애거든요. 수많은 사람의 관심사이자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연애는 노래와 소설, 영화와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지요. 저도 연애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두근두근한 고백과 벚꽃 길을 함께 걷는 데이트는 상상만 해도 설레고 즐거운 일이죠.




연애를 통해 그간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음식, 책, 노래를 좋아하는지 관심 갖게 되고,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게 되기도 하죠. 연애를 통해 연인이라는 든든한 동료이자 더할 나위 없는 친구,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연애에 대해 제대로 배우거나 이야기 나눌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팔불출 소리를 들을까 봐, ‘사랑꾼’이라고 놀림 받을까 봐 숨겨뒀던 연애 이야기, 오늘 툭 터놓고 편하게 나눠볼까 합니다.




‘깻잎 논쟁’, 당신의 선택은?


나, 애인 그리고 동성 친구 이렇게 셋이서 밥을 먹는데, 친구가 먹으려는 깻잎장아찌가 잘 안 떨어지자 애인이 젓가락으로 그 깻잎 떼는 걸 도와주었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서운하거나 질투를 느끼시나요?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깻잎 논쟁’입니다. ‘아니, 그걸 왜 떼 주냐! 서운하다!’부터, ‘깻잎 떼어 주는 게 무슨 상관이냐’ 혹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등,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심지어 새우 까주기 논쟁, 패딩 지퍼 잠가주기 논쟁 등 새로운 논쟁도 계속 파생되고 있어 과연 이 과몰입이 언제까지 갈까 흥미진진할 지경이죠.




이게 다 좋은 연인을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열망이라 생각하면 그 절박함을 마냥 웃어넘길 수 없습니다. 연인의 본모습을 알기 위해 같이 게임을 해보라는 조언부터, MBTI 궁합이나 손금, 관상을 보라는 등 갖은 노력과 경험담이 인터넷에 난무하죠. 이런 이야기들은 그만큼 연애가 어렵다는 걸 반증하기도 합니다. 연애,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마음처럼 안 되는 연애, 누군가에겐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연애의 시작부터 살펴볼까요. 썸에서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하려면 고백의 단계를 통과해야 합니다. 꽃다발과 함께 하기도, 진심을 담은 편지 등으로 고백하기도 하죠. 어떤 고백의 기억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지만 어떤 기억은 상상만으로도 ‘이불킥’을 하게 합니다. 왜, ‘고백으로 혼내준다’는 말도 있잖아요? 합이 맞지 않는 고백으로 관계가 난처해진 것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심지어 어떤 고백은 그저 어색하고 난처한 사이를 만드는 것을 넘어 누군가에게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남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고 불편해진 나머지 공동체를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일터에서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을 피하느라 일에 방해를 받고 일자리가 위태로워진 이야기, 고백을 거절하였음에도 수차례 찾아오고 연락해서 두렵게 느꼈던 이야기 등 듣다 보면 이게 로맨스인지 공포물인지 장르가 헷갈릴 지경입니다. 어떤 지인은 이런 난처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가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닌다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어렵게 연애가 시작된 이후에도 마냥 꽃길만 걷는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겠지만 앞서 깻잎 논쟁에서 보았듯 점차 질투와 갈등, 권태 등으로 위기를 겪곤 하죠. 데이트 비용은 단골 갈등 소재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혹은 으레 그래야 한다고 들어서 데이트 비용을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고, 어떤 사람은 일방적인 호혜에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스킨십이나 애정 표현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기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연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길을 걸을 때 여성을 차도 바깥쪽으로 인도해서 걷기도 했습니다. 참 웃기죠? 차가 달려들었을 때 제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이러니 데이트를 한 번 하고 나면 진이 빠졌습니다. 오래 가지도 못했죠. “그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같은 마무리는 동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였고 대부분은 지리멸렬한 이별이었습니다. 평생 영원할 것만 같았던, 세상에서 제일 가까웠던 사이가 하루아침에 생사도 알 수 없는 남이 되는 어색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아쉬운 나머지 SNS를 염탐하기도, 술을 잔뜩 마시고 “자니…?” 같은 구질구질한 메시지를 남긴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뉴스에는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하여 폭력을 저지르거나 스토킹을 하거나, 심지어는 살인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빈번히 올라옵니다. 이러니 젊은 여성들은 ‘안전 이별 하라’는 씁쓸한 덕담을 나누곤 한다죠.




잘못된 연애 형태를 학습하다, 성별고정관념과 연애각본


우리는 연애를 자연스럽고도 사적인 무엇이라고 여기곤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욕구는 본능이라며 말이죠. 하지만 욕구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일지 몰라도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인 연애는 다분히 사회문화적입니다. 마치 인간이 식욕이 올라온다고 아무데서나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지 않고 각양각색의 식문화, 식습관을 만들어 발전시키고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럼 이 연애 문화와 예절(?)은 어디서 배울까요? 가정에서는 낯 뜨거워하고 학교에 ‘연애학 개론’ 같은 교과목이 있는 것도 아니니 대부분 또래 친구와 수다를 떨며 학습할 겁니다. 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또래의 연애 경험이란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요. 그래서 미디어가 빛과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들 드라마‧영화‧만화 등에 나온 연애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 상상해보지 않았나요?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미디어에서 ‘좋은 연애’만 배우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고루하고 잘못된 악습과 고정관념 역시도 답습하게 됩니다. 앞서 연애에서의 고단한 경험담이 여전히 반복되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사는 까닭은 우리 사회의 ‘성별고정관념’과 ‘연애각본’ 때문입니다. 연애각본이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어떤 연애의 형태가 의식‧무의식중에 우리에게 각본처럼 습득되고 또 재생산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흔한 연애각본 중 하나로 남성의 적극적인 구애에 여성이 매력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옛 드라마를 보면 ‘박력 있는’ 남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를 벽에 밀치고, 손목을 잡아채며 키스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거기에 로맨틱한 분위기의 음악이 더해지죠. 미디어에 이런 장면이 계속 등장하며 현실에서 여성의 거절 역시 ‘튕기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남성은 여성의 거절에도 ‘박력 있기’를 요구받고, 이런 관습 아래 여성의 안전은 위협받습니다. 앞서 고백 이야기에서 꽤 많은 여성 지인들이 마냥 설레지 못하고 불편을 넘어 불안을 이야기한 것에는 이와 같은 맥락이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연애각본, 들어보니 이제는 바뀌어야겠지요? 많은 페미니스트가 연애각본에 이의를 제기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4B 운동’이 그중 하나입니다. 4B 운동은 비연애, 비섹스, 비혼, 비출산을 뜻하는데요. 잘못된 연애각본에 의한 결혼, 연애, 성관계,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생애주기 상 당연하고 사적으로만 여겨지던 이 사건들 안에 성차별적인 문제들이 녹아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위해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 높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페미니스트는 성별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연애를 둘러싸고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계속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격언 중에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간 사적이고 사소하며 당연하게 여겨지던 어떤 것들이 사회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다뤄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페미니즘 운동 덕에 그저 사랑싸움으로 치부되곤 했던 친밀한 관계 내 폭력 문제(데이트 폭력, 부부 폭력 등)가 가시화되며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조명될 수 있었습니다. 연애의 모습 역시 고리타분한 과거 관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지요.




어떤가요? 페미니즘이란 매사 너무 진지하고 어려울 게 아닙니다. 페미니즘을 통해 이런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지요. 물론 페미니즘을 알게 된다고 연애가 마냥 쉬워지지는 않겠죠. 하지만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 연애가 왜 어려웠는지 좀 더 알게 될 거라 장담합니다. 또 모르죠. 그 이후 새로운 연애, 색다른 연애가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요. 오늘 여러분의 연애가 페미니즘으로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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