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남'은 어떻게 주인공 자리를 꿰찼을까

한국일보 젠더살롱 (2022.10.29.)

by Nut Cracker

지난 한국일보 젠더살롱 주제는 '너드남'이었습니다.


최근 '너드남'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더라구요.

물론 이 인기가 '너드'해 보이는 일부 모습 이면에 탄탄한 몸과 안경 뒤에 가려진 잘생긴 얼굴...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새로운 남성상이 등장한 것은 비단 '너드'한 면모 때문만이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무해함'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며, 자칫 새로 등장한 멋진 남성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기존 유해한 남성문화에 대한 비판과 성찰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아래 본문 일부와 원문 링크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너드미를 아시나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너드미’가 각광 받고 있다. 약간 찌질한 듯하면서도 불쾌하지 않아 순수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본업 또는 관심사에 몰입하느라 어디 가서 이상한 짓 하고 돌아다니지 않을 것 같은 매력의 너드남을 자신의 이상형 또는 롤모델로 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


너드남이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간혹 뜬금없이 용기를 얻어 자신의 너드한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안타깝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너드미의 완성은 찌질한 태도, 행동이 아니라 그 무해함에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애정하는 사람 앞에서 어색, 쑥스러워하며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거나 뚝딱이는 모습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너드남의 주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허나 애정하는 사람만이 아닌 모든 여성 앞에서 얼어붙어 잘 교류하지 못하고 친절하게 건넨 미소에 혼자 오해하여 손자 손녀 이름까지 지어준다면, 그건 그저 모든 여성을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고백일 뿐, 매력도, 자랑도 아니다. ... 중요하니까 다시 한번 강조할 테니 밑줄 긋자. 너드남의 매력은 ‘찌질’이 아닌 ‘무해함’에 있다. 관계에 있어 미숙하지만 폭력과 거리가 멀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점이 너드남이 각광 받는 이유다.


너드남이 대세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기존 유해한 남성문화에 대한 반작용이 있다.


내가 보고 또 함께 자라 온 남성들 사이에는 늘 위계가 있었다. 첫 만남부터 나이를 물으며 형, 동생으로 호칭정리를 해야 했고, 학교와 군대, 직장 동료, 심지어는 그냥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도 셋 이상만 모이면 그 안에는 늘 알게 모르게 위계가 자리했다. 그 위계는 대체로 완력이 크게 작용했고 경제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으며 때로 공부나 유머 등으로 변하곤 했으나 늘 위계질서가 형성되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변하지 않는 일이었다.


이를 테면 오늘날 인터넷에 떠도는 ‘상남자’, ‘하남자’ 하며 구분 짓고 조롱하는 놀이문화 역시 이런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상남자를 우습게 그리지만 선망하고 하남자를 멸시하며 자조한다. 그 피라미드 같은 위계질서 안에서 탈락은 곧 소외와 폭력의 대상이 됨을 의미했기에 악착같이 한 걸음 더 올라가려 발버둥 쳤다. 허나 견고한 위계질서는 늘 탈락의 공포를 선사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은 고단할 뿐 아니라 지속 불가능하기에 결국 이들은 만만한 이들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전략을 자주 채택해 사용하고는 했다. 개중에서 ‘여성’은 늘 손쉬운 대상이었다.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곁에 김치녀, 된장녀 등으로 여성을 멸시하거나 ‘ㅗㅜㅑ’(‘오우야’를 뜻하는 모음으로 주로 성적인 장면이 나올 때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하는 감탄사)를 입에 달고 다니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이른바 ‘야동’에 능한 친구가 한 명쯤은 늘 있었다. ‘이상한 애’, ‘웃긴 애’로 치부될지언정 그 친구의 존재와 행동은 제약받기는커녕 웃음 속에서 권장됐다.


... 다시 너드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너드남이 각광 받는 현실은, 앞서 언급된 유해한 남성문화 사이에서 이에 가담하지 않는 남성의 등장을 촉구하는 흐름에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비단 더 멋지고 인기 있는 남성성과 이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고 도태되어야 할 남성성 정도의 이야기로 취급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그간의 혐오적인 남성문화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더 나은 남성문화를 만들기 위한 고찰로 이어졌으면 한다.


- 글 원문 링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27140500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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