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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Jun 13. 2023

양양의 온화한 바다 찾기

키즈 비치는 없나요?


   최근 이국적인 느낌으로 변화하고 있는 양양의 바다가 어색했더랬다. 동해바다의 깊은 푸른빛은 전 세계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이 멋지지만, 한국바다에서 서핑이라니,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났다.


   이는 내가 양양의 바다를 몰라서였다. 하얀 파도가 쉴 새 없이 이는 양양의 바다는 1년 365일 청량함을 자랑하고, 스무 살 젊은이들의 패기와 같이 쉽사리 잔잔해지지 않는다.


    바다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우의 유년시절에 바다가 가까워진다는 것도 무척 낭만적이었다. 하지만 서피가 사랑하는 바다는 작고 여린 아이에게는 터프할 수밖에 없어서, 키즈 비치, 양양의 온화한 바다를 찾아 떠났다.



  우선 가보지 않은 바다를 가보자, 하여 찾아낸 송전해수욕장. 낚시꾼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펴고 있었고, 서핑강습도 이어지고 있었다. 파도는 여전히 높았지만, 모래가 고와서 신발을 집어던진 지우를 말리지 않았다.



   푸른빛이 무색하게 파도가 모래를 쓸어갔다 데려왔다 하는 바람에 하얀 파도가 누렇게 철썩였다. 그만큼 모래가 가늘고 고와서이다. 과연 양양에 잠잠한 바다가 있기는 한 걸까..



    아이를 낳고 고운 바다를 찾아다니다 발견한 점인데, 해변에는 바위들이 만든 의외의 고요한 스팟이 있다. 하지만 송전해변은 공사 중으로 바위 근처로의 접근이 불가했다. 내가 목격한 것이 분명 모래를 까는 공사였으니, 얼마 후 다시 가면 더 근사한 모양이겠다. 그쯤 바위 사이사이를 찾아볼 생각이다.


 

   굳이 굳이 부서지는 파도로 명성이 자자한 양양을 와서 잔잔한 비치를 찾다 실망이나 하고, 내가 봐도 우스운 꼴이다. 해변 위를 튀어 다니는 옆새우를 구경하다가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 왔다. 해수욕장 한복판에 바닷물이 고여있었다. 파도가 모래를 깎아 만든 천연 물놀이장이었다. 아이들은 이 물웅덩이를 찰방찰방 거침없이 뛰어다녔다.


   드디어 지우에게 안전한 바다를 찾아냈지만, 이 수영장은 오늘의 파도가 잠시 만들어 준 자리라 까만 밤이 오면 마술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



   다음 해변은 동호해변이다. 조개를 주워 저녁을 해 먹을 계획이었다. 동해해변에는 의외로 조개가 많이 잡힌다. 발가락으로 모래를 파고들면 조개스러운 것이 밟히는 느낌이 난다. 그럼 재빨리 잠수해서 조개를 주워내야 한다.

    

    진은 거의 조개사냥꾼이 되어 조개를 주워 날랐다. 지우는 조개를 받을 때마다 천진난만한 탄성을 질렀다. 행복이 잠잠히 나를 집어삼켰다.


   

   이따금씩 엄마 발 밑을 쓸어가는 파도를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지우는, 파도가 지 어미를 데려갈 것만 같았는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나의 손을 끌었다. 자꾸만 웃음이 났다.


   아쉬운 발만 동동 구르던 지우는 수영하는 삼촌 훈을 보고 용기를 얻어 바다로 들어갔다. 풍덩 점프도 잊지 않았다. 발끝에 닿는 파도나 무서웠지, 물속에서는 천하무적인 지우는 한동안 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안성맞춤인 고요한 바다는 조금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아마 그전에 작은 지우가 큰 바다와 친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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