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생이 그리 뜻대로 되지가 않아요?
- 모네의 정원을 갖겠다!
이 로망을 위해 5인의 청년이 마당의 풀을 맨손으로 뽑아 헤쳤다. 다섯 달 전의 일이다. 붉게 모습을 드러낸 땅에 솔솔 꽃씨를 뿌려주었고, 고대하던 여름이 왔더랬다.
그땐 몰랐다. 씨를 뿌린 길을 따라 정확히 잡초만 자라 올라올 줄은... 엄마가 내 어여쁜 새싹을 보며 바래기(?) 잡초라며 수레국화 싹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을 때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믿지 않았다.(믿고 싶지 않았다)
- 그것 봐! 이제 시작이야!!
수레국화가 하나씩 꽃망울을 터뜨리며 올라올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나의 로망을 위한 5인의 노고가 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허탈해서 웃음이 다 나왔다. 이 글의 초고를 써 놓고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가을이 오면 꽃이 필 수도 있다는 가녀린 희망 때문이었다. 수백 개의 씨앗은 도대체 어디로 날아갔다는 말인가.
꿈꾸던 꽃밭 대신, 면도하지 못한 마초남의 턱과 같이 정확히 잡초만이 수북이 올라왔다. 수레국화로 가득한 모네의 정원은 내년 봄을 기약해야겠다. 씨를 뿌리고 설렜던 기억은 지나간 여름의 추억만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잡초는 허름히 남겨진다. 가녀린 희망이 키운 잡초는 어느새 온 마당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깔끔히 인정하고, 면도를 하자!
이제는 마당의 풀을 맨손으로 뽑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다. 제초기로 무성했던 풀을 단숨에 정리했다. 그 옛날 어느 이별 앞에 내가 그러했듯,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결정을 했다.
- 정원 면적을 줄이자.
수레국화를 떠나보낸 나는, 화단 삼을 정원 공간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분에 넘치지 않을 만큼의 공간을 남겨두고, 자갈을 덮을 계획이다. 자갈 위에 지겨운 바래기 풀이 나면? 아. 그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