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봄
이맘때 찾아오는 여리여리한 봄의 색은 그간 얼어붙어있던 마음을 녹인다. 꽃봉오리들이 하나씩 꽃망울을 펼쳐 보이면, 공기 속에 섞인 꽃향기가 달콤하다.
곧 엄마의 프로필이 바뀐다. 아직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는 초봄엔 꽃봉오리 사진이다. 언젠가 엄마는 말했다. 웅크리고 있는 동그란 꽃봉오리가, 우리였다고. 공기가 아낌없이 따뜻해지면 사진은 금세 바뀐다. 연지공원의 새빨간 튤립이 되기도 하고, 차창 밖의 벚꽃이 되기도 하고, 어디서 만났을지 모를 도라지꽃으로 푸르게 바뀌기도 한다.
지난 주말 강원 햇살집의 마른 나무는 살구꽃을 참고있었다. 아마 오늘은 꽃잎을 열어냈을지 모르겠다. 그 어여쁜 생명의 기운을 보고 있자면, 나역시 재잘대는 딸아이가 생각난다. 어린 꽃은 모두 지우를 닮았다.
혓바늘에 따끔거리는 아침일 지라도, 주말을 지내온 월요일은 행복의 기운이 남아있다. 아픈 기억이라고는 부쩍 서운한게 많아져 기필코 울어버린 지우 정도이다.
꽃이 필 한 주이다. 잠깐의 행복을 찾기보다, 아. 대체로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