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마녀가 집으로 돌아왔다.
7:30 pm 드디어 마녀가 퇴근했다!
아빠와 귓속말을 속삭이던 지우가 잠시 사라지더니 공주가 되어 돌아왔다.
어제는 아빠와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야 잠이 들더니, 오늘은 백설공주라고 한다. 공주가 청아한 표정으로 인형들을 매만지고 있으면, 할머니 탈을 쓴 마녀가 다가가야 한다. 그 역할은 내 몫이다. 친정에서 보내준 사과 중 가장 빨간 아이를 골라서 백설공주에게 주었다.
철퍼덕, 이내 쓰러진 공주는 꼭 감은 눈을 파르르 떨었다. 마녀가 궁금한 지우와, 쓰러진 백설공주 두 인격이 벌여놓은 감 길듯 말 듯 실눈... 마녀는 웃고 말았다.
아빠가 등장할 차례다. 왕관 머리띠를 쓴 아빠가 공주!! 하고 외치면 참지 못하고 눈을 번쩍 떠버린다. 왕자와 결혼식을 하고 나면 챕터 1이 끝나고, 이 챕터는 무한 반복 재생된다.
치열했던 경영계획, 곧 다가올 경쟁사와의 싸움, 하염없이 내리던 시황 낮에 나를 둘러쌌던 어려움들이 사과와 같이 굴러다녔다. 그 누구에도 독이 되지 못한 사과는, 멍들기 전 우리 가족의 입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기억나지 않는다.
백설공주 놀이는 실제로 고되다. 동화이야기는 가물가물한 데다, 미세한 변화를 준 버전들이 무한 반복되어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만만한 놀이가 아니다. 그리하여 그 과정 중에 몇몇이 잊히는데, 그렇게 몇몇이 잊히고 난 머릿속에서 하얀 행복이 보인다. 찾았다,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