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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Mar 11. 2024

바람의 온도

감기기운과 봄기운

   목구멍이 깔깔한 것이 감기를 직감한 지난밤. 켁켁 거리며 선잠을 자다 일찍이 아침을 맞았다. 어딘가 힘이 들어간 어깨가 묵직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심지어 월요일이다.


   간단히 출근 준비를 끝내고 목도리를 둘렀다. 늦었지만 감기기운을 몰아내고 싶었다. 아, 앞으로 또 2주간의 시간은 멍한 채 지나가겠지. 3월인데.


   잔뜩 긴장한 몸을 웅크리고 문밖을 나섰다. 현관문이 열리고, 바깥공기가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간질간질 봄바람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서울에 눈이 내리더니, 주말이 겨울을 거둬간 모양이다.


   월요일을 맞이하는 긴 한숨을 몰아 쉬어도 입김이 나지 않았다. 얼어있던 하늘빛도 제법 부드러워졌다. 15분, 오늘은 걷기로 했다. 밝아진 명도에 비해 고요한 길엔 내 발자국 소리만 울려 퍼졌다. 신발 밑으로 잔돌이 드르륵 끌리는 소리, 어쩌다 밟히는 마른 낙엽소리, 운이 좋으면 새소리가 섞인다.


   후후 바람이 불었다. 체온을 뺏기기엔 온화한 바람이다. 마른 나뭇가지에 당돌한 기세의 봉우리를 발견하고 나니, 아. 봄이 왔다. 따뜻하고, 노란 공기에, 고양이 살찌는 봄 말고, 깨진 겨울 틈 사이로 부족한 온기를 있는 힘껏 밀어 넣어 추위를 간신히 덥혀낸, 맑은 봄이다.


   점심땐 게으른 몸을 움직여 봄을 더 찾아야겠다. 찾았다, 잠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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