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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Mar 18. 2024

엄마, 한강 위의 달이 예뻐

격려와 낭만에 대하여


   멀게만 느껴지는 퇴근길. 2분 후 도착이라는 지하철을 서서 기다릴 수 없었다. 언제나 짐인 가방은 손에 걸쳐 들지 않고 어깨에 단단히 맸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가방을 이리 볼품없이 맨 지도 꽤 된 듯하다.


   어쩌다 본 전철 밖의 풍경이 제법 느리게 지나간다. 이런 날에는 반드시, 잃은 것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 어두운 마음은 현관문 앞에서 잘 정리해야만 한다.


   퇴근하는 사이 져버린 하늘이 까맣게 변했다. 달도 보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울한 마음을 들킬까 빙빙 돌리던 말이 한강 위의 달을 향했다.


 - 엄마, 달이 참 예쁘네.


   엄마는 낮에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직이 말했다.


 - 봄아, 모든 것은 다 돌고 돈다.


   처음엔 어찌 달이 예쁘다는 내 말에 이 힘든 하루를 알아차렸는지 되려 마음이 아파 울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찾을 것들이 위로가 되었다.


   지나고 보면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얼마지 않은 얻은 것들은 나의 필사의 노력이 있어서였다. 반면에 잃은 것들은 내 선택과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떠나는 것들을 나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엄마가 그랬다. 어쩔 수 없이 잃은 무엇들은 조금 돌아서 나에게 온다 하였다. 울렁거리던 마음이 잠잠해졌다.


   현관문 인기척을 들은 지우가 우다다 달려왔다. 잿빛 마음이 환히 개었다. 찾았다, 옆에 있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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