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고사리 손
모처럼 아이와의 진득한 시간이다. 혼자 노는 법이 없는 40개월 아이는 매번 같은 역할극을 하자 졸라댔다.
- 지우야 요리하자!
시골집 단장에 여념이 없는 남편과 동생의 점심을 위해 고사리 손과 합심하여 밥을 지었다. 밥솥이 말썽이라 오늘은 냄비밥이다.
조물조물 오동통한 손으로 장난을 쳐놓은(?) 쌀을 불려 불 위에 올렸다. 바르르 물이 끓으면 수저로 휘휘 저어주고, 뚜껑을 닫은 다음 지켜본다.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금세 탄내가 나서 온 신경이 냄비에 집중된다.
그새 심심해진 아이에게 봄동 씻는 법을 가르치고 나니, 향긋한 밥냄새가 올라온다. 이때는 귀를 기울인다. 타닥타닥 밥이 익는 소리가 들리면 뜸을 들일 차례다. 누룽지 고소한 냄새가 섞인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불을 껐다.
맛있어지라는 아이의 마법의 주문, 정체 모를 요상한 주문이 주방을 동동 떠다닌다. 살며시 뚜껑을 열어 얕게 뜬 밥을 호호 불어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더니, 맨밥만 먹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밥을 퍼내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놓고 돌아서니 얼굴에 밥풀칠을 한 아이가 멋쩍은 듯 웃고 있다. 다람쥐 같은 아이. 어쩜 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이리도 끝이 없이 솟아나는 걸까,
찾았다,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