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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Dec 04. 2023

마음연고 겨울냄새

부제 : 싸구려 커피



- 겨울냄새 들이맡기

  

   지독했던 지난 밤이 지나갔다. 내 기분 따위는 상관 없이 몇시간 뒤면 뜰 거라던 애꿎은 해가 태연히 고개를 내밀었다. 숨이 막혔다.


   일찍이 집을 나섰다. 훈훈한 몸의 열기를 찬 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간 밤에 긴 숨을 몰아 쉰 나무 냄새가 났다. 불을 피운 냄새, 바람의 비린내, 갓 뿜기 시작한 매연 냄새, 아. 겨울냄새다. 탁한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있는 힘껏 겨울을 들이쉬고, 한숨을 토해낸다. 뿌연 입김이 바르르 타올랐다가 흩어진다. 마음이 비워지고, 이내 시렸다.


   천천히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느릿느릿 걸었다. 발에 걸리지 않는 잔 돌들을 괜히 차보기도 한다. 찾았다, 잠시 행복.

 

- 회사 앞 싸구려 커피


   맛은 없지만 픽업이 빨라 종종 이용하던 카페에 커다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짧은 걸음마다 한모금씩 들이킨다.


   아직도 서러워 일렁이던 목울대가 잠잠해진다. 차가운 싸구려 커피가 식도를 타고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찬바람이 미쳐 불어내지 못한 응어리 따위가 씻겨 내려간다. 찾았다. 잠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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