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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Apr 08. 2024

최악의 월요일

엄마 가지 마

   나는 무엇을 보며 행복을 느꼈나, 뒤돌아보던 아침이었다. 현관문을 나서려던 찰나에 잠에서 깨 방문을 열고 나오던 지우와 마주쳤다. 금세 낌새를 눈치챈 지우는 내 다리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이 시간은 마주할 때마다 지나치게 힘들다. 이런 아침을 맞이하는 날에는, 온 하루가 흔들린다. 오롯이 엄마노릇을 하는 것도 자신 없지만, 그 외의 그 아무것도 잘할 수 없게 되고, 의욕도 사라진다.


   아빠에게 안겨있는 아이를 보고 돌아서면 좀 마음이

편하다. 그래, 지우는 부와 모 둘의 사랑을 온전히 받는 아이이니, 나의 부재엔 부의 사랑이 그녀를 덮어줄 것이다. 아이를 좀 안고 있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엄한 목소리로 엄마에게서 떨어지라며 아이 이름만 부르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한번 말했다. 안고 있어 달라고. ‘그냥 가 ‘ 이 아침의 혼란에 쉬이 올라온 짜증을 누르지 못한 남편의 무심한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 마지못해 아이를 안아 든 모습을 확인하고 뒤돌아서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든 부서뜨려야 숨이 쉬어질 것 같았다. 지우에겐 어찌 됐든 부와 모가 있겠으나, 이아침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수줍게 고개를 든 수수꽃다리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분명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버스에 앉은 나는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 앞이라 참아낸 그 모든 분노를 메시지로 쏟아내고 한참을 울었다.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서늘한 바람이 뜨거운 눈두덩이를 잠시 식혀주었다. 광나루역 4번 출구 앞 화단에 핀 애기 꽃도 오늘은 예쁘지 않았다. 야리야리한 봄나무의 연둣빛도, 굴러다니는 벚꽃잎도, 운 좋게 바로 탄 엘리베이터도, 조금도 기쁘지 않다. 아무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오늘은 내 근처에 행복이 있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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