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잘 나갔고,
현재도 잘 나가고 있고,
미래에도 적어도 10년은 잘 나갈 예정인 게임회사를 나는 약 9개월 전 퇴사했다.
연봉인상률 최저 9%, 아침&점심&저녁 모두 공짜, 사내 카페도 있고, 복지 포인트도 200만원 지급한다.
또한 비포괄제라 야근 수당이 모두 붙는다.
퇴사 하고 IT스타트업으로 이직할 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모두 나를 만류했다.
이렇게 좋고, 편하고, 돈도 잘 벌고 있는 회사. 연봉 수준도 꽤 높고 금융치료도 확실한 회사를 왜 퇴사 하느냐고.
나도 참 아쉬웠다. 이렇게 좋은 회사를 퇴사한다는 게.
집에서도 가깝고 모든 면에서 참 좋은 회사인데, 단 하나가 만족이 안됐다.
그래서 HR부문 내 나의 동료들과 리더들 대부분이 퇴사했다.
그 당시, 함께 일한 동료들 중 단 4명만 남고,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퇴사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 중, 상호 WIN-WIN 관계 형성은 정말 중요하다. 구성원은 과거와 다르게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의 마인드로 조직 보다 개인의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조직의 지시를 따르게 하기 보다 구성원이 프로젝트와 업무 수행을 통해 역량 개발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구성원은 조직의 성과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상호 WIN-WIN 관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과를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은 즐거움과 의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와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이것이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잘 나가는 회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와 업무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눈에 보였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명확했다. 개선 방향성을 고민하여 경영진에게 가면, 딱 한 마디가 돌아왔다.
"회사도 잘 나가는데, 조직문화가 뭐가 중요해? 나중에 이슈 생기면, 그 때 이슈 처리나 좀 해"
조직문화 영역뿐만이 아니었다. 평가/보상 제도도 체계적이지 않아 이를 정립하기 위한 보고서를 가져가도 경영진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거 필요 없어. 근속연수 오래 돼고 직책 있는 사람들한테 많이 주는 구조로 방법 짜 와"
우리 HR부문이 할 수 있는 일,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대표님께 겨우 의사결정 받을 수 있는 날,이 또한 5분이면 끝났다.(hr부문이 경영진과 이토록 소통이 없는 것도..문제였다.)
왜 일까? 우리 미팅 스케쥴 뒤에 바로, 개발자 미팅을 우리 회의 바로 뒤에 잡아놓았기 때문이다. 즉, HR은 중요치 않았다. 이러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나 포함 HR부문 동료들은 우리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우리는 점점 위축되었고, 운영성 업무에만 매몰되었다. 운영성 업무 또한 사라지면, 우리는 사내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회사 욕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팀 리더들 역시 팀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들 역시 지쳐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조직을 떠났다.
그리고 나 역시 이직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외재적 보상, 즉 금융치료가 모든 것을 덮을 순 없다는 것을 느꼈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적어도 회사에 내가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조직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고 재미있게 회사를 다닐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직한 이유이다.
지금까지도 참 많이 내게 물어본다. 그 좋은 회사 왜 퇴사했냐고.
그 회사 참..
빚좋은 개살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