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Dec 06. 2023

비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비교만큼 나를 불행에 빠지게 하는 건 없다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일이 쉽지 않다. 7년간 방치해 두었던 브런치를 다시 시작할 때만 해도 의욕에 가득 차 있었고, 읽고 쓰는 건 늘 좋아하던 일이었으니 팍팍한 일상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는데 오히려 자주 괴롭고 우울감을 느낀다. 


내가 쓰는 글, 내가 만들어가는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자꾸 잃어가는 것이 가장 괴로운 일이다. 콘텐츠를 그저 소비하는 사람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존재가 되고 싶어 브런치에 글도 쓰고, 블로그나 인스타, 스레드 같은 SNS 운영에도 도전하고 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작성한 글과 애써 만든 게시물들의 초라한 조회수를 확인하노라면 세상에 외면받는 기분이 들어 씁쓸해진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찾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서 더욱 답답하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솔한 글로 다가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휴식시간에 가볍게 볼만한 흥미진진한 소재를 담거나. 머리로는 아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필요로 할 만한 것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생각했던 주제로 이미 멋진 글을 쓰거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빠른 실행력으로 전자책을 출판한 사람들을 보며 시도도 해보기 전에 위축이 되어 버린다.


다른 이들과 나를 비교할수록 자괴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2개월 전 브런치에 오랜만에 다시 접속했을 때 이미 내게는 천 명 넘게 쌓인 구독자가 있었다. 7년 전 브런치에서 매거진을 발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누적된 구독자가 많았던 것이다. 그분들 모두가 여전히 브런치에서 활동 중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절반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해도 내 글의 잠재 소비자를 500명 정도는 확보한 채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유리한 고지에서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는데도 발행한 글의 조회수는 두 자릿수에 늘 머물렀다. 며칠이 지나 누적이 되어야 겨우 조회수 100의 고지를 간당간당 넘을 수 있었다. 내게는 10월부터 브런치 글쓰기에 함께 도전하고 있는 100여 명의 동기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 글의 조회수는 사실상 동기들이 우정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동기들 대부분은 브런치 작가 도전이라는 첫 단계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는데 구독자 급등 작가, 에디터 픽 등으로 브런치 사이트 메인에 소개되었고, 만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동기들도 속속 탄생했다. 반면 구독자 천명으로 출발한 나는 자꾸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고 마음이 괴로우니 글도 잘 써지지 않았다. 낮잠도 안 잤는데 슈퍼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진 토끼가 된 기분이었다.


다른 SNS의 결과물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한 후로는 일상 속에서 '이런 건 글감으로 삼으면 좋겠다' '이건 릴스로 만들면 괜찮겠는데' 하고 수시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즐거웠는데, 브런치 글의 조회 수와 마찬가지로 지인들, 함께 SNS를 공부하는 사람들 외에는 딱히 나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SNS 역시 함께 출발한 사람들의 팔로워가 쭉쭉 늘어나는 걸 먼발치에서 부러워만 하는 동안 앞서가는 사람들은 눈부신 속도로 사라져 가고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과 같은 이들. 내게는 앞서 나가는 다른 이들이 그렇게 눈부신 해처럼 보였다. 그들이 밝게 빛나는 동안, 나는 그 빛을 받아야만 겨우 희미하게 형체를 드러낼 수 있는 어둠 속의 달이 된 것 같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도 여기 있다'라고 속삭이고 있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봐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길 위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쓸쓸한 느낌.


이런 고백을 쓰는 것도 한참 망설였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 누가 남의 하소연을 굳이 찾아 읽고 싶겠는가. 밝고, 긍정적이고, 희망을 주는 캐릭터들을 누구나 좋아할 텐데. 나처럼 자기 비하에 빠져 부정적인 글을 쓰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 역시 나는 태양이 되기는 글렀다 하면서.


그럼에도, 여기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 은은하게 달이 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조심조심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 지금은 그믐달에 가까워 잘 보이지 않지만 차오르다 보면 사람들의 밤길을 환하게 밝혀줄 보름달이 될 거라고. 그렇게 만월이 될 때까지 묵묵히 읽고 쓰며 나를 채워 가겠다고 다짐하며. 언젠가 찾아올 대보름에 만나요, 미래의 독자님들.


사진 : Unsplash의 Mónica Ballester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박노해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

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


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

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


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

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


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

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워지고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있는가


나의 행복은 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나의 불행은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 것





* 제목 사진: Unsplash의 Igor Omilaev

매거진의 이전글 화려한 술잔과 편안한 술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