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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Oct 27. 2023

적금과 사랑은 뿌듯하고 때로 씁쓸하다

아:) 헉! 그래도 또다시

3년간 매달 적금을 부었다.

만기가 되어 해지를 했다.


이자 343, 272원

소득세  48,050원

지방소득세 4,800원

세금합계 52,850원  (15.4%)

총이자 290,422원


거래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실망! 씁쓸함! 에잇! 이게 뭐야? 


이자율이라는 게 애당초 정해져 있는데 적금을 가입하는 목적이 이자가 아니라 목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다 알면서도 이자와 세금을 보고 있자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커다란 저금통을 사서 방에 놔두고 돈을 저금하거나 장판 아래 깔아 두었으면 펼쳐보면서 뿌듯하기라도 했을 텐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서 다른 통장으로 들어가더니 결국...


지금까지 늘 그래왔는데 이번에는 너무 허무하다. 이걸 주식이나 코인에 넣었으면 요런 발칙한 이자보다는 많이 이익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괜스레 그동안의 중도해지의 유혹을 뿌리치고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세월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서글프다.


적금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누군가는 오래 기다리는 게 싫어서 꼭 1년짜리 적금만 가입한다고 했지만 그 간사한 이율 장난과 1년짜리 적금으로 돈을 모아봐야 탁 털어서 어딘가 써버릴 것 같아서 장기간을 선택하는 편이다. 


돈이라는 것이 발이 달린 것이라서 꼭 묶어두지 않으면 어디로든 도망을 가버리는 것라  필요할 쓰기 위해선 일단 묶어두어야 한다. 원금이라는 것이 사그라들지 않고 모아지면 성공이다.  적금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니 이번에도 원금이란 건 보존했고 아주 소소한 이자도 생겼으니 성공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시 다른 은행으로 들어가서 대출을 갚는 용도로 쓰여 버리고 나니 진짜 허무한 것이다. 하나의 대출금 통장이 사라졌으니 뿌듯해야 하는데 허무하다.


돈이 돌고 돌아 결국 내게 남은 것은 290.422원이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생존의 요구를 채우는데 호기롭게 써버렸다. 3년간 애쓴 기념으로 와인이나 사 마시자. 3년 묵은 체증이 와인 속에 담겨 뜨겁게 목을 타고 내려간다.

적금 해지하면서 또 적금을 가입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3년 후 내게는 또 290,422원이 생길 것이다. 그때는 생존욕구 말고 다른 욕구를 채우는데 써야지 다짐해 본다.



이 이야기가 사랑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좀 다르긴 한데 아주 비슷하다. (고 생각된다:))


만기가 딱 정해져 있지 않고 같은 사랑인데  이자율이 천차만별이라는 차이가 있지. 그리고 원금 보존이 안 될 수도 있지. 그래서 사랑을 한다는 건 뿌듯하지만 때로 씁쓸하기도 하지.


꼬박꼬박 사랑의 감정을 서로의 통장에 저축해.

인간의 사랑이란 참 복잡해서 좋아함. 서운함. 감동.  종류가 달라서 어떤 감정은 플러스가 되고 어떤 건 마이너스가 되지.


마이너스 감정이 통장에 꽂힐 때 그동안 쌓아온 플러스 감정으로 스스로 메워 넣지.

이해. 존중. 배려. 차이를 인정 이렇게 표현하지.


하지만 어떤 마이너스 감정은 그동안 쌓아온 플러스를 완전 마이너스로 만들기도 하지.

극도의 서운함. 허탈함.

그런 순간에  고민하게 되지.


그런데 인간이란 자기가 결정한 걸 틀렸다고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 일종의 자존감 하락 현상이지.

그래서 일단 한번 참아.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거나

스스로 이자율을 낮추거나 원금만 보존되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해 가면서 기다리지.


여기까지 쓰다 보니 사랑은 적금이 아니고 주식이랑 비슷한 것 같다. 매일 빨강과 파랑을 오가며 온탕냉탕 왔다 갔다 하고 대주주를 꿈꾸지만  동학개미에 그칠 수도 있다. 원금보존은커녕 폭망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 같은 인간은 사랑을 한다.

세상에 사랑할 대상이 너무 많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 단풍 곱게 물드는 이쁜 산.

지저귀는 새 그리고 오늘의 나

오늘은 특별히 나를 좀 사랑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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