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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Nov 03. 2023

브런치가 지나가는 오후

가을 길목 어딘가에서

브런치에 가을이 왔다.

마음이 낙엽처럼 툭툭 바람결에 떨어진다.


이제야 가을이 온 것 같은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저녁에라도 낙엽을 밟으러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다. 그 발걸음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같이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는 내 마음도 꾹 밟아주었으면 좋겠다.

2023년 4월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는데 운이 좋아서 한번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주제의 글들을 써 왔는데  어느 날 에세이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노란 배지를 받았다. 에디터 픽이라는 것으로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브런치 북이 올라가기도 했다. 귀여운 우리집 고양이들에 대한 글들은 거의 항상 1만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에는 브런치 북 응모를 했다. 처음 발행한 브런치 북을 다시 다 편집하고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2주 정도 거쳐서 응모를 했다. 처음부터 응모할 계획은 없었는데 매번 브런치를 열때마다 응모기간이 눈에 밟혀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미리 써 둔 글이기는 했지만 완전 다른 내용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처럼 생각도 손가락도 붉게 물들어 떨어져버렸는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고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모르겠고, 원래 브런치북으로 엮으려고 써 내려오던 글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고 이 브런치라는 공간과 글쓰기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해서 발생하는 상황일 수도 있지만 기왕 쓰는 글인데 쉽게 읽히고 도움도 되고 읽는 사람이 즐겁기도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은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사랑의 편지를 써서 보내야 하는데 마음에 사랑이 일어나지 않아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작가님께 양해를 구하는 문자를 보내야 겠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드려야 한다. 다른 작가님께는 함께 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어떤 일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이해를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또 다른 하나의 일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진행 중인데 그 룰에 따라서 한발 움직여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머릿속이 온통 알록달록 단풍빛이다. 마음은 코스모스처럼 하늘하늘 바람따라 왔다갔다 한다.



글을 길게 쓰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머리속이 알록달록해서 그런 것 같다. 머리속이 하얀상태여야 글이 잘 써지는데 온통 알록달록 다른 생각들로 가득차서 글이 써지지 않는다. 어짜피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보니 정말로 그건 확실해 지는 것 같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또 다른 익명의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서로 응원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고, 감사함을 느꼈다. 내 글에 첫 댓글을 달아주시고 늘 크게 응원해 주시는 제주사는 은수 작가님, 항상 꼼꼼히 읽어 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정이흔 작가님,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시크하게 감정을 전달해 주시는 조원준 작가님, 아주 아주 멀리서 우리 별이 구름이를 이뻐해 주시는 제인 정 작가님. 아픔을 딛고 열심히 글을 쓰시는 있을재수 작가님. 라라크루의 수호 작가님, 쌍둥이 아빠 페르세우스 작가님  또 또 또.... 우와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정말로 너무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


가을이 되면서 익고 떨어지는 마음들이 많이 생겨서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숨을 잘 고르고 길게 아주 길게 이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 절대 그만 둘 계획은 없지만 즐겁게 하고 싶으니까 횡설수설하고 주제도 없는 글들을 마구 써 볼 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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