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봄 Dec 21. 2023

생일애상

구름이 아니고 내 생일

아호~~ 생일이다!!!

수제 케이크와 이쁜 생화. 손편지와 미역국까지 이번 생일 전야제는 아주 감동적인 완벽한 시간이었다. 통령이 나이를 줄여주지 않았으면 아주 완벽하게 딱 50살이 되는 멋진 날인데 대통령 덕분에 나이가 한살이 적어져서 너무 안타깝다. 50이라는 숫자는 정말 멋있는데 49는 미완의 숫자인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다. 아직까지 채워지지 않은 사람이니까 조금 더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서 마음이 푸근해진다고나 할까?


나는 우리 엄마 아빠의 첫 딸이자 마지막 딸이다.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나올 생각을 안 해서 병원에 데려가서 유도분만을 했다고 한다. 요즘은 유도분만 약물이 있어서 좀 수월하다는데 아빠의 말에 의하면 의사가 집게로 내 머리를 콕 집어서 살살 꺼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성질을 부리거나 까탈스러운 행동을 할 때면 의사가 머리를 잘못 집어서 그렇다고 했다. 때로는 좀 더 잘 집었으면 천재가 되었을 수도 있을 텐데 아쉽다는 말도 하셨다.


어쨌든 멋쟁이 우리 아빠는 내가 태어났던 50년 전에 나를 세상에 꺼낸다고 수고가 많으셨던 의사와 병실 간호사들에게 그 귀하디 귀한 바나나를 한 개씩 돌리셨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바나나, 파인애플은 진짜 최고급 과일이었으니 아빠가 참 많이 기쁘셨구나 하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태어나서 집으로 온 나는 무려 100일 동안 빽빽 삑삑 울어대고 바닥에 내려놓지를 못하게 해서 계속 엄마의 배 위에서 잠을 재웠다고 한다.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자지러지듯이 울어대서 혹시 옷에 바늘이라도 들었나 방바닥에 뾰족한 것이 있나 싶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혔다고 했다. 아무 이상도 없는데 계속 울어대서 울다 지치면 안 울고 자겠지 싶어서 그냥 놔두었더니 실신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겨우 세상에 태어난 애를 죽이겠다 싶어서 그냥 업고, 들고 살았다고 한다.


유도분만하고 엄마가 잠시 입원을 한 사이에 병원에서 우유 맛을 본 나는 집에 와서도 엄마의 모유를 강하게 거부하고 다 토해내서 결국은 비싼 분유를 사서 먹였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서 분유 먹는 아이는 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내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서 물을 끓이고 식혀서 흔드는 그 시간을 못 기다려서 또 혼절할 때까지 울어대는 바람에 결국은 일본에서 긴급히 보온포트를 사서 공수해서는 분유 온도에 맞추어서 물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태어나서 1년 될 때까지 엄마아빠를 그렇게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두 살 어린 남동생은 엄마 젖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진짜로 거저 키웠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세상에 태어나기 싫었는데 의사가 억지로 꺼내서 그게 화가 나서 울어댄 것 같다. 추정!!


매년 생일날 아침에 아빠가 문자를 제일 먼저 보내신다. 올해는 아빠의 문자가 오지 않아서 아주 조금 서운했었다. 오후에 전화를 걸어서 아빠는 왜 생일 문자 안 보냈냐고 했더니 동생한테 문자를 보냈다고 하시면서 정신 똑바로 챙겨야겠다고 자책을 하시기에 해는 2년이지만 한 달 차이밖에 안나니까 헷갈릴 수도 있지 나도 내 생일도 기억 안 난다고 하고 말았다.


생일이라는 것이 어렸을 때는 축제였다. 특히나 겨울아이인 나는 생일이 연말에 이어 있어서 생일날부터 1월 1일까지 쭉~~~ 매일매일 파티를 하기도 했다. 제는 딸이 생일 케이크도 만들어주고, 편지도 써주고, 미역국도 끓여주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태어나서 축하받는 일보다는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애지중지 키웠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부모가 되었지만 딸이 내 동생처럼 잘 먹고, 잘 자고, 병치레 없고, 순하게 순하게 자라서 나를 닮은 고집쟁이 울보 아기를 만나면 너무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밤새 배 위에 올려놓고 잠을 잤다는 말을 되새겨보니 엄마에게 진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버지... 어머니.... 예민한 아이로 태어나서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응원 보내고 응원받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