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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an 01. 2024

마음에 숨 쉴 공간을 갖고 살아가길

가끔 일탈해도 괜찮잖아?

하이호이호이호~~~ 사랑하는 윰!


2023년의 마지막 날과 2024년의 첫날을 너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했다.

내가 꿈꾸던 한 장면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 날이기도 하지. 내가 커서 엄마기 되면 나는 내 아들이든 딸이든 자녀와 함께 해보고 싶은 일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같이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거든 드디어 2023년 그 바람이 이루어졌어.


연극. 영화. 뮤지컬 이런 장르와 비교해서 음악은 개인취향이 훨씬 더 강한 장르잖아.  특히 콘서트는 기간도 짧고 비용도 많이 들고 예매경쟁도 치열해서 진짜 마음먹고 꼭 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야 갈 수 있지. 그 모든 조건을 다 맞춰서 엄마와 딸이 함께.

락 밴드 콘서트를 그것도 무려 세 시간의 스탠딩 공연을 미친 듯이 즐기고 왔으니 이렇게 멋진 일이 또 있을까?

한 달 전부터 예매하고 기다려서 다녀온

자우림의 2023-2024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자우림의 음악도 좋았고 오랜 기간 멈췄던 콘서트를 재개하며 아주 공을 많이 들인 정성스러운 프로그램도 너무 좋았고 26년 동안 변치 않고 재치 있는 멤버들 그리고 자우림의 정체성 김윤아 그들과 만나서 노래 따라 부르느라 목이 쉬고 세 시간을 서서 방방 뛰느라 발바닥도 종아리도 팔도 아프지만 이 미세한 근육통이 콘서트의 여운으로 남아 더 행복하다.


너는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Stay with me , 있지 꼽았지. 그 노래 따라 부르느라 목이 쉬었지. 물론 그 곡도 너무 좋지만 자우림의 정체성 김윤아가 작사작곡 한 200곡이 넘는 명곡들 중에 가장 멋진 곡을 꼽으라면 나는 일탈을 꼽고 싶어. 살다 보면 멈추고 싶을 때 잠시 멈춰도 좋다는 시그널이 되었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었고 제도권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의 크고 작은 일탈을 하면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곡이야.


1997년 11월 자우림 1집 일탈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시간 지루해  하품이나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할 일이 쌓였을 땐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일 없이 파근한 일상 지루해 난 기지개나 켜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머리에 꽃을 꽂고 미친 척 춤을

선 보기 하루 전에 홀딱 삭발을

비 오는 겨울밤에 벗고 조깅을


모두 원해 어딘가 도망칠 곳을 모두 원해

무언가 색다른 것을 모두 원해 모두 원해


자우림의 일탈을 숭배했던 그 시절 서울 갔던 어느 날 2호선을 타고 가다가 신도림 역에 내려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문 닫히기 전에 다시 타는 것을 해 보았어.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갈 수도 없었고,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할 수도 없었지만, 머리에 꽃을 꽂고 미친 척 춤을 추는 것은 할 수 있었으니 그걸 꼭 신도림 역에서 해 보자며 친구와 함께 미친 듯 춤을 추고 다시 지하철을 탔었지.

그 순간이 얼마나 짜릿하고 큰 해방감을 주었는지 몰라.


너도 이제 사회인이 되면 계속 반복되는 일상,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많은 순간들, 일을 배워가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기도 할 거야. 누구나 똑같이 그런 과정을 겪게 되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계속 그런 과정을 반복하게 될 거야.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그걸 피하려고 한다면 어떤 성취도 없을 테니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꼭 해 내야 할 거야. 숨쉬기가 힘들 만 큰  많이 지치고 어려운 순간들도 닥쳐올 거야.


엄마는 가끔 일탈해도 괜찮아고 생각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나를 다치게 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탈하는 거 그것으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괜찮지.


사람은 마음이 숨을 쉴 공간이 있어야 병들지 않아. 우리가 입과 코로 매일 숨을 쉬고, 심장이 뛰는 한 죽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숨 쉴 공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늘 예민하고 초조하고, 걱정이 많고, 과거를 뒤돌아보는데 힘을 더 쏟고,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능력이 부족해서 자신을 해치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게 되지.


사랑하는 딸! 너를 키우면서 늘 네 마음에 숨 쉴 공간이 많은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랐어. 참 다행히도 너는 지쳤을 때 스스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대체로 조금 더 예민하고 성격이 급한 엄마와 달리 너는 조용히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식을 택하더구나. 뜨개질을 하거나, 공예품을 만들거나, 베이킹을 하거나 그런 방식으로 혼자서 조용히 스스로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너를 이해하게 되었지.

 

콘서트를 가서도 팔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더 높이 방방 뛰는 엄마와 차분하고 작지만 큰 몸짓으로 환호하고 열창하는 너는 참 잘 어울렸어.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이 있으니까 모두가 똑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어. 너는 너만의 색깔로 조용하고 담당하고 강하게 세상을 살아가면 돼.

 

아무리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마음에 쉴 공간을 주는 일을 멈추지는 마. 때로 뜨개질을 하고, 여행을 가고, 공연을 보고, 멍하니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은 네가 어떤 성취를 하는 시간만큼 중요하다는 거 절대로 잊지는 마.


지금은 엄마 보다 네가 그 시간을 더 잘 알고,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다 보면 잊을 수도 있으니까 걱정 어린 마음에 당부해 본다. 언제든 마음이 원하는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귀기울이고 행동할 수 있는 어른이 되자.

2024년 새해 첫 바다
2024년 새해가 밝아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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