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á! jogador de futebol!

06화. 스물두 살 너에게

by ATHA

슛! 슛! 골! 골! 골!!! 재필 파이팅!!

봤지? 저런 슛 군대에서 보기 힘들걸? 브라질 축구 유학파잖아! 우리 1호차 운전병 이잖아. 올라!!

(자식이 뭔가 잘하면 부모가 어깨가 으쓱 올라가듯이 내 어깨가 올라간다. 하늘 높이 으~~ 쓱!!!)




대학 때 남자선배들이랑 술 마실 때 젤 듣기 싫었던 얘기

1. 군대 이야기

2.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3. 군대에서 비 맞으면서 축구한 이야기


군대 들어와서 조금 아니 많이 짜증 났던 순간

1. 축구할 때 못해도 꼭 참여하라고 했을 때

2. 축구 못하는데 끼어서 하다가 군단장(별 3개) 정강이 차버려서 축구 끝나고 불려 가서 욕 들었을 때

3. 축구는 못해도 응원하러 꼭 나오라 해서 땡볕에 2시간 넘게 서 있었을 때


축구!! 군대에서 진짜 빠질 수 없는 운동이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축구에 미쳐 있었다. 그게 사실 2팀으로 나누어져서 공격 수비를 하기 때문에 거의 전쟁과도 같다. 바둑, 장기, 체스는 소리 없는 전쟁, 스포츠는 소리가 나는 전쟁 그중에서도 축구는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공격, 미드필더, 수비를 잘 선발해서 배치하고 체력과 기량을 확인해 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선수를 교체해서 득점으로 연결시킬 때의 쾌감은 흡사 사자가 사냥을 할 때 느끼는 쾌감과 같다고 한다. 인간이 과거로부터 그런 사냥꾼의 인자를 가지고 있으니까 특히, 공격과 방어가 있는 스포츠를 할 때 사람의 뇌는 사냥 표적을 노리는 맹수의 뇌와 같은 회로로 움직인다고 했다.

나는 네트가 있는 운동(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족구)을 좋아한다. 적어도 몸을 부딪쳐서 다치는 일이 없고 괜히 몸싸움하다가 감정이 상해서 싸우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를 통해서 단결력을 키우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재필이를 만나면서 숨겨진 사냥 본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야! 우리 부대랑 축구 한번 할래? 너네 제일 잘하는 애들로 뽑아와! 피자 내기다!


재필아! 다음 주에 옆 부대랑 축구 잡았어! 이번에는 피자 걸었어!!


네! 슬슬 애들 데리고 연습 좀 하겠습니다.!




재필이는 초등학교 때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갔다. 축구를 아주 많이 좋아했던 아버지의 권유로 브라질이라는 먼 나라로 유학을 갔다. 어린 나이에 얼굴색도 쓰는 말도 다른 나라에 가서 덩치 큰 형님들 밑에서 무서운 코치 밑에서 축구 배우느라고 정말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많이 울었고, 많이 방황했다고 했다. 아버지한테 돌아가고 싶다고 몇 번을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축구를 배워서 성공하기 전까지 한국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엄포에 어린 재필이는 눈물을 머금고 브라질에 남아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 그리 크지 않은 체격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더 이상 발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선발이 되었지만 운동하다가 발목을 심하게 다쳤고 더 이상 선수로서 활동하는 것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리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를 했고, 운전병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재필이는 브라질에서 코치의 방정리 담당이었다고 했다. 코치의 밥과 빨래를 챙기고, 침실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눈치가 빠르고 윗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그런 재필이는 1호차 운전병으로 선발되어 나와 단짝이 되었다. 일과 중에 회의를 하든, 순찰을 가든 내가 움직이면 재필이도 그의 소중한 1호차를 움직여 나와 함께 했다. 이동하는 시간 동안 계속 묵언수행을 할 수 없으니 이런저런 사담을 많이 나누면서 서로의 역사를 많이 알게 되었다.


재필이는 거의 우리 부대의 손흥민이었다. 학교 다닐 때 공 톡톡 건드려 본 다른 친구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드리블 실력과 슈팅력으로 보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했다. 가끔 중거리 슛을 때릴 때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물론 나는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재필이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보는 듯한 흐뭇한 감정을 가져다주었기에 자주 관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울퉁불퉁 바닥이 고르지 않은 연병장에서 축구하는 친구들이 안쓰러워 보여서 시에서 운영하는 축구장으로 축구를 하러 가기도 했다. 그 넓은 운동장에서도 재필이의 화려한 축구 실력은 빛났다. 축구에 미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축구하는 게 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을 하던 옛 지휘관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순간도 있었다. 축구 하나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재필이는 축구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어려운 시간을 거쳐 결국 선수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축구를 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축구장에서는 모든 것이 다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전역을 해서도 축구와 관계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옆 부대 지휘관들과 축구 내기를 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재필이가 있었으니까 걱정이 없었다. 재필이는 보통의 병사들보다 나이가 3살 정도 많았고, 축구도 잘 하지만 잘 가르치기도 했으며, 거들먹거리는 태도도 없어서 많은 병사들이 아주 잘 따르는 편이었다. 그 친구의 소중한 재능으로 많은 병사들이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고 땀 냄새가 가득한 건강한 부대가 되었다. 축구를 못해서 굳이 축구를 시키지 않았었는데 병사들끼리 자발적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축구의 승리였다. 재필이 덕분에 축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월드컵 경기도 시청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축구라는 운동이 가지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축구 선수들이 왜 그렇게 많은 계약금을 받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비 맞으면서 축구한 이야기가 왜 술자리마다 떠돌아다녔는지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대장님~ 오늘은 000부대 가시는데 00시까지 차 준비하겠습니다.^^


재필이는 바닐라라테를 나는 까페라떼를 좋아한다. 순찰을 가기 전에 단골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산다. 부대에서 마시는 맥심커피와는 비교가 안 되는 맛있는 커피를 사주는 것이 소소한 재미이다. 아이스 바닐라 라테와 뜨거운 까페라떼 두 잔을 사서, 축구이야기, 전역 후 취업에 대한 이야기, 부대에서 일어나는 갈등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아쉽게도 취미로 축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유창한 브라질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 언젠가 축구 에이전트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나에게는 손흥민보다 더 멋진 재필이가 그 꿈을 이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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