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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Aug 06. 2023

몸 튼튼 마음 튼튼 그걸 해내야지

나에게 다시 약속하며..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이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몸 여기서 몸은 육체와 정신을 함께 칭하는 단어라 생각한다.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몸이 건강하지 않은 것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것 두 가지 모두를 칭하는 것이다. 몸도 튼튼하고 마음도 튼튼하게 살아가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지 꼭 잃고 나서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내가 어딘가 많이 모자란 인간인 탓이겠지?


마음을 다쳤다. 

아... 우리 조직에서.... 아... 내가... 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구나...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드래곤 볼 뒤통수치기를 정말 제대로 당했다. 나는 상당히 예민하고 주관이 강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물론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최소 3개 이상의 대안을 만들고 상황대처를 하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다음 방안으로 바로 넘어가면 되니까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런데 좀 잘 안 되는 것이 사람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동물이다. 종잡을 수가 없다. 사람에게 베인 상처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와는 비교가 안된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들도 자기한테 잘해준 사람을 끝까지 지킨다고 하는데 사람은 믿음과 신뢰를 배신하는 일을 한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믿었던 사람이었고,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수많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4년 직장생활 중에서 만났던 후배들 중 누구보다도 더 큰 자리를 내주었던 후배에게 칼을 맞았다.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지만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단 6개월 근무를 함께 하면서 무려 60장이 넘는 기록과 녹음파일, 녹취록 등으로 무장하고 칼침을 쏘았다. 나의 신뢰 속에 좋은 평가를 받고 진급을 하고 축하 인사를 나눈 다음 휴가를 가고 그 사이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바로 휴직을 해 버렸다. 그리고 직장 내에서 조사를 시작하려는 시점에 상위기관에 또 형사고발까지 접수를 했다. 나의 직장생활은 물론 내 정신줄까지 끊어놓겠다는 수개월간의 계획된 일이었다. 내가 안다고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안경을 쓰고 사람을 보면 내가 만든 안경의 색깔로 사람을 보게 된다. 


아주 조목조목 나의 죄목을 적어서 사건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나의 죄목은 아주 엄청나게 많았다. 한순간에 촉망받는 차기 진급 대상자에서 나르시스트로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많이 아프다. 팔다리 부러지고 피도 많이 나고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뭐 안 아픈 데가 없다. 그래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내가 무너지면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그 모든 것들이 다 부정당하는 것이니까 그걸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이미 그 고발장이 접수된 순간 이 조직에서의 나는 존재의 의미를 잃고 빛을 잃었지만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싸웠다.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싸웠다. 없었던 일로 돌이킬 수는 없었지만 더 나쁜 상황으로 나를 몰아갈 수는 없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번 만나서 대화하자는 말을 괴롭힘으로 다시 고발하는 것을 보고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인 인간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이미 엎어진 물 없었던 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나는 죽지 않았고, 조직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내 모든 것을 걸고 사랑했던 이 조직과 애증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마음의 상처를 주었으므로 인격모독이라고???

요즘 돌아가는 사회 추세가 나의 조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심지어 리더계층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발견된다. 요즘의 교육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 조직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도 아주 오래전부터 교육현장과 똑같이 변해가고 있다.  


도대체 '아'라고 하면 '아'라고 알아듣고 '어'라고 하면 '어'라고 알아들으면 되는데 도대체 왜 '아'를 '어'라고 알아듣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가! 하면 앞으로 가면 되는 거지 '앞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00시까지 집합'하면 되는데 '00 여러분 00시까지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말은 한국말인지? 우리 조직이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몇 번을 수정해야 하는 거야? 다시 해서 가져와' 하면 수정해서 가져오면 되는 것이지 무슨 일반 회사처럼 '000, 수정해서 가져오세요~~' 이렇게 해 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므로 인격모독이라고 고발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하하하하하하...... 현충원에 누워있는 귀신들이 일어나서 통곡을 할 일이다. 

그래, 이럴 때 이렇게 웃어주는 거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럼 내 마음 난 상처의 공소시효 기간은 얼마인가요???

재떨이가 날아왔다. 살짝 잘 피했다. 결재판이 날아왔다. 보고서가 빡빡 찢겼다. 분명 출퇴근 시간이 있는데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 인가 보다. 퇴근시간 이후에야 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일과 중에는 다른 부서에서 날아오는 일들을 처리하기도 힘들다. 주말인데 전화가 온다. 출근해야 한다. 월화수목금금토 이런 날들이 20년도 넘게 지속되었다. 베개에 머리를 대었다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튀어나가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제발 술 마시고 전화하지 마라... 이건 진짜 진짜 짜증 난다. 내가 대리 기사냐??? 


나는 맷집이 좀 세다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나 보다. 뭐 20대 때부터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겪어서 누가 옆에서 피 흘린다 해도 '악!!' 소리는 지르겠지만 잽싸게 천으로 묶어줄 정도의 심장을 갖고 있다. 이 조직에 들어와서 아하 이 남자들 만의 조직이라는 곳에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마음도 여리고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고발장을 접수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수백 명은 고발했을 거다. 


살아가면서 마음을 다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더 빠르다. 

나름 최고의 인격적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성직자들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고 하는데... 그래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 누군가는 의도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 고발 리포트 작성하는 노력으로 일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조직의 일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후배가 내 옆에서 웃으면서 뒤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으니 이 게임은 공정게임이었던 걸까? 


한 순간도 편안하고 쉬웠던 적은 없었다.

마음을 다친 후로 갑자기 할머니가 되었다. 167센티의 키에 원래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니지만 제법 건강한 몸이었는데 살이 많이 빠져서 해골이 걸어 다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수술대에 눕게 되었고 한동안 뛰어다니지를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오늘이 되었다. 몸이 아픈 건 마음이 아픈 것보다 더 싫었다. 먹고 싶은 것이 없었고, 음료수 병뚜껑을 딸 힘이 없었고, 걸어 다닐 힘이 없었고, 생각할 힘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제법 건강한 방법으로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요즘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마음이 든 적이 많았다는 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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